오늘 복음에서 다섯 개의 빵과 두 마리의 물고기로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을 전하고 있는데, 이 기적은 단순히 사람들이 서로 가진 것을 나누어먹어서 모두 배고픔을 면할 수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입니다. 가진 것이 보잘것 없지만, 그것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예수님의 마음과 모범이 배고픈 사람들의 마음속에 사랑을 불어넣어서 배고픔을 잊어버리게 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오천명이 먹고도 남을 빵과 물고기가 생겨난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실제로 배불리 먹었고, 더 이상 배고프지 않아도 되었다는 사실을 전해줍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한다는 것을 느끼십니까? 그 사실을 확실히 믿으십니까? 혹시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한다는 것을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으십니까?
‘이 좋은 시간, 마음의 감동을 느껴서 가슴이 벅찼다. 하느님의 은총이다.’
‘힘들었지만 그 가운데에서 기쁨도 있었다. 우리가 그 기쁨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것이 하느님의 은총 덕분이다.’ 라고 말입니다.
이런 느낌과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만, 단순히 스스로 위안을 삼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마치 상상이라도 하듯이 끼워맞추는 식으로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여기고 위안을 삼는 것이 하느님을 올바로 믿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전례에서의 말씀들은 하느님을 믿는 우리들의 생활 안에 하느님의 은총은 실제로 그 힘을 발휘하여 우리의 삶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그것은 ‘목마르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거저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드러나는 현실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현실적이고 실제로 현존하는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하고 알아보기 위해 우리가 먼저 전제해야 할 것은 바로 하느님과 그분의 은총에 대한 확신입니다. 오늘 예수님으로 인해 배불리 먹게 된 수많은 군중은 자기네들이 바라거나 먼저 청하지도 않았지만, 빵을 많게 하는 기적을 통해 하늘나라의 표징을 보았고, 동시에 배고픔도 잊을 수 있었습니다. 그 군중이 예수님을 왜 따라왔겠습니까? 복음에서는 병자를 고쳐주신 대목만을 언급합니다만, 예수님의 가르치시는 말씀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었겠습니까? 그 말씀을 듣고 믿으며 따르는 이는 누구든지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놀라운 기적은 바로 오늘 우리 안에서 새롭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재현되어야 할 사건입니다. 사람들을 측은히 여기셨던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셨던 그분의 권능이 우리에게도 함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에게도 똑같은 은총을 베푸시고자 여러분 모두를 초대하고 계십니다.
“목마른 자들아, 모두 물가로 오너라. 돈이 없는 자들도 와서 사 먹어라. 와서 돈 없이 값 없이 술과 젖을 사라. 너희는 어찌하여 양식도 못 되는 것에 돈을 쓰고 배불리지도 못하는 것에 수고를 들이느냐? 들어라, 내 말을 들어라. 너희가 좋은 것을 먹고 기름진 음식을 즐기리라. 너희는 귀를 기울이고 나에게 오너라. 들어라. 너희가 살리라.”(이사 55,1-3)
예수님이 진짜로 계시고,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참된 은총과 자비와 사랑을 느끼고 체험하고 싶다면 먼저 믿으십시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고 가르침을 받아들이며 실천해보십시오. 이미 그 안에 하느님의 은총은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우리가 꾸며내고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와 함께 있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 풍성하고 넉넉하게 바꾸어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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