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원에 사는 요셉은 저만 보면 매번 반지나 뭘 사러 가지고 합니다. ‘내일 사러 가자.’고 하면 엉덩이춤까지 추면서 좋아라 하고 방으로 가는데, 저도 빈말만 되풀이할 수 없어 같이 묵주 반지를 사러 갔습니다. 가는 길에 내가 필요한 것이 있어 아울렛 상점에 잠깐 들렀는데, 요셉은 그 사이 주변의 모자에 눈길이 꽂혔습니다. ‘돈 있냐?’고 물으니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 백 원짜리 동전 다섯 개를 꺼냅니다. 그때 요셉이 가지고 있는 전 재산이었습니다. 우리 집에서 요셉이 좋아하는 커피를 두번이나 뽑아 먹을 수 있는 거금을 저에게 전부 준 것입니다. 오백 원과 오만 원의 차이를 잘 알지 못하지만, 자기는 전 재산을 저에게 준 것입니다. 결국 모자를 안 사 줄 수가 없어 사고 말았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은 그분의 가르침과 병을 고쳐주시는 능력을 보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병자를 고쳐주시고 가르침을 줄 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육적인 배고픔까지 해결해 주십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의 딱한 사정을 외면하지 않고 먼저 걱정하시는 분이시며, 빵이 다섯개 밖에 없어도 배고픈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이실 수 있는 자비로우신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먼저 빵을 주고, 제자들은 그 빵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니, 남자만도 오천 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먹었습니다. 나의 간절함과 내가 가진 작은 것에 마음을 담아 나누면 하느님께서 채워 주시리라 믿습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태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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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요셉재활원장 최광경 비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