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여기서 쇼핑이란 주로 마트에 시장보러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원래 합리적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계획성있게 소비를 한다던데 저는 되레 충동구매를 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충동구매를 하는 경우는 주로 이런 경우입니다. 제가 쓸 것은 아니지만 좋은 물건이나 맛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럴 때에 '저것은 누가 좋아하는 건데......', '저것을 사서 000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다'는 식의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나 고마운 일이 있다거나 어떤 사정으로 특별히 마음이 더 쓰이는 때에, 이것저것 물건을 사면서도 그런 사람들이 생각나서 몇 개 더 사게 되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대중가요 가사에서도 이런 부류의 마음씀씀이를 찾아볼 수 있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과 자꾸 연관짓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엄마들이 자기 옷을 사러 나가서 결국 아이들 옷, 혹은 남편 옷가지를 사 들고 들어오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자기 옷을 사러 가서도 온통 자기 관심사 한복판에는 자기자신보다도 가족들, 특히나 아이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나타나는 것이 아닐런가 싶습니다.
쇼핑과 관련해서 또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고자 옷을 사러 갔다고 칩시다. 주머니 사정에 맞춰서, 마음에 쏙 드는 선물을 고르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마침 마음에 쏙 드는 옷이 눈에 들어왔는데, 값이 좀 비쌉니다. 그래서 다른 곳을 둘러보는데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습니다. 여러분은 이럴 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 경험상으로는 꼭 선물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결국 그 비싼 옷을 삽니다.
오늘 복음에서 밭에 묻힌 보물을 발견한 사람이 가진것을 다 처분해서라도 그 보물을 가지려고 하고 그로써 기뻐한다는 사실에서 위의 쇼핑할 때에 느꼈던 몇 가지 단상을 떠올려보게 됩니다. 지갑이 얇아지고 조금 더 부담이 생겨도, 사랑하는 대상을 잃고 싶지 않는 것이 우리 마음입니다. 이런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에,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밭에 묻힌 보물을 위해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는' 하느님의 사랑도 헤아리고 또 체험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하느님이 바로 그러한 분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그 어떤 댓가를 치르고서라도 잃고 싶지 않았던 보물로 우리들을 선택하십니다. 외아들 예수님을 잃는 댓가를 치르고서라도 우리를 얻고 싶어하실 만큼 하느님의 관심은 온통 우리에게 쏠려 있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우리의 혓바닥에서 녹아없어지고 우리의 어금니에 잘게 부수어져 금새 사라질 밀떡의 모양으로라도 우리와 함께하기를 원하시고, 기꺼이 그 신비를 십자가를 통해 이루셨습니다.
하느님은 하느님 나라라는 집을 채우기 위해 이 세상에 쇼핑을 하러 오셨지만, 결국 그분의 손에 남은 것은 당신을 위한 장식품이 아니라 당신이 사랑하시는 우리들을 위한 것입니다. 아니, 가진 것을 모두 다 털어서 얻은 것이 바로 우리들입니다.
우리는 그런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 하느님의 사랑, 선물을 받고 있음을 기억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진심어린 감사의 정을 돌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사랑을 더 많은 이들에게 주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추신.
내일(주일)부터 한 주간 동안 타지 몇 군데를 좀 다녀올 용무가 생겼습니다.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강론을 적어 올릴만한 상황이 되지 못하는 듯 하여, 이번 한 주간은 강론을 올리기가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음 주일부터 다시 강론을 게재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족한 복음묵상이나마 성실하게 올리지 못하는 부득이한 상황에 양해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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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건강 조심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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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잘 보시고 건강 조심히 다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