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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의 말씀은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 말씀의 설명에 관한 내용입니다. 복음말씀은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대함에 있어 그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들음’과 ‘깨달음’ 그리고 ‘열매맺음’이 그것입니다.

 

  먼저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말은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의미가 없으면 그저 ‘소리’에 불과하죠. 그러므로 말씀을 듣는다는 것은 전하고자 하는 ‘뜻’을 파악할 만한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행위입니다. 적어도 상대방에 무슨 말을 했는지, 왜 그런 말을 했는지조차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할 정도라면 말을 ‘잘 들었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경청(傾聽), 귀기울여 듣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 이런 경청의 과정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깨달음이란 말 속에 담긴 본래의 뜻 곧 심의(深意)를 알아듣는 것이며, 구체적인 뜻을 아는 것, 표면적인 느낌보다 말의 본뜻을 알아듣는 것입니다. 말씀을 듣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말하는 이가 누구이며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도로 말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말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느님과 그분의 사랑에 대한 체험이 필요하고, 말씀을 이해함으로써 하느님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구체적 삶의 방법을 찾아나가고 새로운 하느님 체험을 잘 할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이는 말씀의 뜻을 깨달았을 때, 깨달은 바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말씀은 흘려듣고 마는 것이 아니라 말씀을 들은 사람의 마음속에 뿌리내리고 이후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져야 하며, 말씀을 들은 이가 그렇지 못한 사람과는 다른 삶의 결과를 낳을 때 비로소 열매를 맺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귀기울여 들음(읽음)’,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시간’, ‘깨달은 바를 실천할 구체적 결심’, ‘결심한 바를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과정은 말씀의 묵상기도나 관상기도에 포함되는 단계들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을 믿는 누구나 이렇게 말씀을 받아들여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으면 좋겠으나, 바쁜 일상 속에서 이렇게 말씀을 받아들이고 새기며 살아가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음은 우리에게 그렇게 해볼 만한 가치가 있음을 다음과 같이 말하며 격려하고 있습니다 : “열매를 맺는데, 어떤 사람은 백 배, 어떤 사람은 예순 배, 어떤 사람은 서른 배를 낸다.”(마태 13,23)

  백배, 육십배, 삼십배는 당시 사람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수확량입니다. 예수님께서 활동하시던 당시의 농사기술로는 일곱배 정도의 수확을 얻으면 ‘풍년’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 삶 안에서 이루실 수 있는 은총은 우리가 감히 생각하지도 못할 만큼 풍요로울 수 있다는 약속이 이 말씀에 담겨있습니다.

  이 말씀에 대한 믿음으로 풍성한 열매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오늘 또다시 하느님의 말씀에 귀기울이는 것부터 잘 시작해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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