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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로또만 당첨되면’ 하고 생각하시거나 농담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가진 것이 부족하고 여력이 없어 뜻하는 바를 이루기가 어렵다고 여길 때에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해봄직한 말입니다. 그러나 정말로 로또에 당첨되어 버리면 오히려 걱정만 늘어날 것입니다. 돈이 없으면 그것을 보관하고 지키고 사용할 걱정을 하지 않지만, 있으면 오히려 걱정도 늘어나고 불안감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가지고 있는 자보다 손에 쥔 것이 없는 사람이 더 마음편하고 기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확실합니다.

 

  저는 신부로 살아오며 거저 받은 것도 많고, 복음을 전하는 것이 제 일인 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이것도 해봐야겠고, 저것도 해봐야겠고, 때가 되면 차도 사야 될 것 같고, 또 무엇이 필요하기도 할 것 같고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것들로 고민도 합니다. ‘얼마씩이라도 적금을 넣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텅빈 지갑을 보고 아쉬운 입맛을 다시기도 합니다. 이런 걱정과 생각들이 정작 복음을 전하는 것보다 앞서는 일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사실 제가 가진 것, 제가 받는 것은 모두 제 것이 아님을 때때로 기억하게 됩니다. 오히려 가진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편하게 일할 생각을 하지 않게 될 때도 있습니다. 제가 결코 부자는 아닙니다만, 얼마간의 여윳돈이 있어서 누군가에게 차 한 잔, 밥 한 그릇이라도 나눌 수 있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를 만났을 때 조금이나마 도울 기회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과자라도 하나 건넬 수 있고, 제가 초대하여 만남의 자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지갑은 얇아지지만, 그만큼 '먼저 받은 것'에 더욱 감사하게 됩니다.  또한 장비를 많이 구입하거나 풍족하게 지원을 받아가며 아쉬울 것 없이 쓰고 먹고 하는 것보다, 오히려 부족한 가운데서도 자기 것 내어가면서 봉사할 때에, 더 애착을 가지고 기쁘게 일하고 기도할 수 있도록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시는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어떤 능력이나 재물이 아니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거저 받은 것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하느님께로부터 거저 받았으니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도 거저 주는 것”이 바로 복음선포에 가장 필요한 자세이며 준비라고 말입니다.

  미사 때마다 우리는 평화의 인사를 나눕니다. 예수님께서 거저 주신 평화를 받았으니 그 평화를 함께 나누며 인사를 건네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이요, 복음선포의 자세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가진 것이 부족할 때가 있기에 우리는 영혼으로는 풍족하게 살 수 있는 사람들임을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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