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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에서 말씀과 기적으로 하느님 나라를 보여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두고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이 나타납니다.

먼저 군중들이 “이런 일은 이스라엘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마태 9,33)고 합니다. 놀랍고도 신기(神奇)한 체험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싶은 모습이 엿보입니다.

이어서 나오는 바리사이들의 반응은 “저 사람은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마태 9,34)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시는 일을 온전히 믿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점까지는 그나마 이해가 되는데, 이해할 수도 믿기도 어려운 일을 두고 어떻게 저렇게 설명을 해낼 수 있었을까요? 그들의 판단근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바리사이들은 예수님과 그분이 하신 일을 제대로 보기 이전에 그로 인해 자신에게 미칠 영향 혹은 원치 않는 결과만을 본 것은 아닐까요? 이것이 ‘판단하지 말라’는 계명을 잘 지켜야 할 이유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아닌지도 함께 생각해보게 됩니다.

 

  요즘 어수선한 국내외 정세와 각계사회를 들끓게 하는 속상한 소식들이 많습니다. 저의 경우, 그 가운데서도 제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가짜 뉴스’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입니다. 근거가 부족한 추측으로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 의혹을 풀어야 할 숙제를 상대방에게 떠넘기듯 하는 공격적 태도로 사회 안에 불신만이 쌓이게 하는 이런 태도들이 우리 사회를 피로감과 실망감 등에 사로잡히게 하는데도, 이를 볼모로 어떤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 서슴없는 듯한 모습이 실망스럽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가짜 뉴스'에 쉽게 동조하는 모습도 실망스럽기는 다를 바가 없네요.

어느 누구라도 예외없이 객관적 사실(事實)과 진실(眞實)을 들여다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객관적 인정’이 아닌가 합니다. 나 자신에 대한 인정, 상대방에 대한 인정, 현재의 상황에 대한 인정 등 말입니다. 그런데 섣부른 판단이나 일방적 자기판단은 이 모든 것을 외면하게 만듭니다. 바리사이들이 하느님의 법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었음을 볼 때, 그들이 ‘가르치는 권위에 대한 침해(侵害)’ 혹은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알지 못하는 것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나아가 사회에 정치적으로 미치는 영향 등에 이르기까지 정작 예수님을 앞에 두고서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예수님이 하시는 일과 상관없는 다른 것일 뿐이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마음이나 비뚤어진 신념, 목적지향적이거나 결과주의적 사고 등에 잘못 사로잡히면 우리도 하느님의 신비나 신앙의 신조 등을 왜곡할 수 있고, 하느님께서 알려주신 것이 아니라 내가 지어낸 것을 하느님의 것인양 갖다붙여서 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사실 우리 교회 안에서도 ‘가짜’라고까지 할 것은 아닐지라도 ‘미처 확인되지 않은’, ‘개인의 추측이나 상상에 근거한’, ‘교회의 가르침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보지 않은’ 생각과 습관과 가르침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저도 이렇게 섣부른 저의 잣대로 누군가를 판단하여 ‘가짜’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지 않아야 됨을 새삼 기억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찾아보고 공부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지요. 자신이 모르면 대신 공부해서라도 스스로도 이해하면서 믿고, 다른 이에게도 진짜를 가르쳐줄 수 있는 이 부지런함이 어쩌면 바리사이들에게, 또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이들에게 필요한 모습이 아닐까요? 또한 ‘판단하지 말라’는 계명을 지키며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빼먹지 말아야 할 습관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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