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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여러분은 살다가 제일 기운빠지거나 허탈할 때가 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가장 맥빠지는 경우 중 하나로 “은혜를 원수로 갚는” 듯한 모습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은혜라고 하기에는 좀 부적절하다 싶기도 합니다만, 어쨌거나 진심어린 마음으로 관심을 기울이고자 노력함에도 그 관심을 자기 편할 때에만 받아들이면서 이용하려 드는 어떤 사람들로 인해 속이 상할 때에는 맥이 빠지고, 삶의 기쁨을 잃어버리는 듯 합니다.

 

  우리 모두는 이런 경험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굳이 나에게 문제가 없는데도, 다른 이들의 탓으로 인해 사는 것이 힘들고, 귀찮고, 의미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나는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내는데 누가 나를 신경쓰게 만듭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내 남편, 내 자식, 내 친구, 나와 같은 교우이기 때문에 그들의 일로 인해 속상해하고 마음아파 합니다. 그럼에도 나의 사랑에 대한 응답이 없음에 섭섭해하기도 하고, 오히려 나를 이용하려 든다고 느끼거나 실제로 쓰라린 배신감을 맛보아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것이 혼자 사는 것보다 더 힘들고, 인생은 기쁨보다 근심이 더 많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우리가 삶의 참기쁨을 잃지 않기 위해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를 귀하게 여겨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머리카락까지도 다 세어두실 만큼 우리에게 관심이 있으시고,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우리를 귀한 존재로 여기신다고 말입니다. 그 증거가 무엇입니까? 당신께 호소하는 이의 부르짖음을 외면하지 않으시는 하느님의 모습입니다. 우리의 처지를 보시고 불쌍하게 여기시는 마음으로 이 세상과 우리 인류를 굽어보신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하느님 나라의 표징,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사랑하시는 방법을 떠올려보십시오. 병든 사람을 불쌍히 여기시어 병고에서 벗어나게 해주시고, 마귀들린 사람을 불쌍히 여기시어 마귀를 쫓아내주십니다. 굶주린 사람들을 보고 불쌍한 생각이 드시어 빵을 많게 하는 기적을 일으켜 배불리 먹여주시고, 하느님 나라를 구하려고 노력하지만 배운 것이 없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산위에 앉아서 사람들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주십니다. 모두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시는 마음 때문에 보여주신 사랑입니다. 사람들이 당신을 자기 편한대로 이용하고 예수님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고 하면서도 당신을 모함하고 배신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할지라도, 그들을 위해 기도하시고 오히려 그들의 죄를 용서해주시도록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마음, 그것이 바로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바로 예수님의 이런 마음을 닮으려고 노력할 때에, 다른 이들을 불쌍히 여기는 우리의 ‘측은지심’ 안에서 예수님의 사랑은 오늘 또다시 세상에 밝히 드러나게 됩니다. 그래서 사는 것이 힘들다 여기고, 사랑하는 것의 응답이 나를 궁지로 몰아넣는 시퍼런 칼이 되어 돌아올까봐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우리는 이런 예수님의 사랑을 이미 받고 살아가는 사람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주님께 청할 때마다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시고, 죄인이지만 당신 품으로 돌아오는 회개의 삶에로 끊임없이 불러주시고 거두어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사람으로서, 이웃에게 실망했던 기억은 모두 잊고, 다시 사랑하는 데에만 충실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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