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8일 연중 제11주간 목요일(마태 6,7-15)

  예수님께서 기도에 관한 가르침을 주시는 오늘 복음의 첫머리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 “너희는 기도할 때에 ……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마태 6,7)

  빈말이 무엇인지, 우리의 기도가 빈말을 되풀이하는 모습이 되지 않으려면 어떡해야 할지를 생각해봅니다.

빈말이란 '속 빈 말', '실속없는 말' '소용 없는 말' 등의 뜻으로 이해됩니다. 또한 사람의 언사(言辭)에 힘과 무게, 내실(內實)이 있으려면 말을 아끼는 것이 좋다고들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도가 빈말과 같은 것이 되지 않으려면, 기도하기를 아껴서 해야 할까요? '빈말과 같은 기도'라는 것을 '기도하는 횟수'로 이해하는 것은 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빈말'은 실현가능성이 없는 말입니다. 우리의 기도가 빈말이 되지 않으려면, 이루어질 만한 것을 기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때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기도의 지향으로 두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입니까? 하느님의 뜻과 능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뒷받침될 때에는 괜찮겠지요? 그래서 '믿지 않는 것을 기도하는 것'이 곧 빈말을 되풀이하는 것이 됩니다.

또한 기도에서 청하는 바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 것도 빈말에 불과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 열매의 풍성함이 달라질 수 있음을 같이 기억해봅니다.

  '빈말'은 피상적입니다. 실속이 없고, 내용이 구체적일 수 없습니다. 하다 못해 '밥한번 먹자'면서 시기나 적절한 방식을 고민하지 않고 날리는 공수표도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빈말'은 적당히 둘러대거나 꾸며진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혹시나 우리의 기도도 이러하지는 않습니까?

  지향을 정하고, 그 지향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이유, 하느님의 은총이 필요한 까닭 등에 대해서 구체적 통찰이 필요하며, 동시에 기도의 지향을 이루거나 지켜가기 위한 우리 각자의 결심도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빈말에 그칠 수 있습니다.

  빈말이 많이 오가면 그 사람과의 대화에 더이상 귀기울이지 않게 됩니다. 우리가 빈말을 되풀이하듯 반복하는 기도가 하느님께로부터 우리 자신의 마음을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빈말을 되풀이하는 듯한 기도'를 피하려는 이유가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