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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말씀 가운데 한 구절입니다 : “누가 내 말을 듣고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 하여도, 나는 그를 심판하지 않는다. 나는 세상을 심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러 왔기 때문이다.”(요한 12,47)

 

  이 말씀에도 그렇게 나와 있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구원’과 ‘심판’은 상반되는 개념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심판’은 구원에서 멀리 동떨어져있거나 배제된 것 곧 어떤 처벌로 보입니다. 그러면 ‘구원’과 같은 상급(賞給)과 ‘심판’으로 대표되는 징벌(懲罰) 혹은 단죄(斷罪)는 따로 일어나는 사건(혹은 행위)일까요? 아니면 한 가지 사건으로 인해 동시에 드러나는 두 가지 결과일까요? 전자라면 하느님께서 상급도 주시고 징벌도 주시는 분이라는 뜻이 될 것이고, 후자라면 하느님은 구원을 위한 기회를 주시기만 했을 뿐인데도 이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삶과 행위가 어떠한지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왜 상도 주시고 벌도 주시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구원과 심판은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칭찬과 보상이,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단죄와 징벌이 주어짐이 함께 ‘판가름나는 것’이지요. 가령 가르침과 인도(引導)에 잘 따라와주기만 한다면 마련된 보상과 칭찬 등이 있지만, 숨겨진 속내 혹은 공개되지 않은 결과물을 드러내어야 하는 순간, 직전까지는 누가 선하고 누가 잘했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 이 한순간에 밝히 드러나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신앙인의 법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전례 안에서나 어떤 기회에 예수님의 말씀과 그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들어도 이를 통해 서로의 다른 선택 가운데서 어떤 선택이 더 바람직하였는지 혹은 덜 바람직하였는지도 함께 드러납니다. 문제 속에 답이 있다고 했던가요? 우리가 지켜나가고자 염두에 두고 믿고 따르는 지침이 예수님의 말씀이라면 그 말씀으로 다시 우리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가늠해보게 됩니다.

 

  나 혼자만 알든 나의 행위가 두루 알려지든, 혹은 교묘히 감추어져 있거나 왜곡되어 있던 사건의 전말이 밝히 드러나게 되는 때이든, 무엇이 ‘구원과 심판’, ‘선함과 악함’, ‘옳고 그름’ 등으로 가려지게 되는 것은 애초에 우리가 들어서 배웠던 하느님의 법을 통해서입니다. 구원의 보상을 받을 만한 일 또한 하느님께서 원하시고 알려주신 일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말씀을 통해 가려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것에 의혹과 의심, 속임이 없이 밝히 알게 해주시는 하느님의 말씀, 그 말씀을 우리에게 가장 명확히 알려주신 예수님께서는 분명 이 세상의 빛이십니다.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요한 12,46)는 이 말씀이 우리에게 부끄러움이나 숨어버리고 싶은 두려움이 아닌, 나의 진심과 노력을 헤아려주시고 구원의 상급으로 갚아주실 하느님과의 설레는 만남을 떠올리는 희망의 말씀으로 들려올 수 있도록 오늘도 잘 살아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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