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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부활 제4주일인 오늘은 '성소주일'입니다. 우리가 받은 성소, 하느님의 부르심의 의미를 묵상해보고 합당한 응답을 드릴 수 있는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성소(聖召, vocation)는 ‘거룩한 부르심’으로 풀이합니다. 완전히 거룩하신 분은 하느님 한 분 뿐이시니 이는 곧 ‘하느님의 부르심’이라고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동시에 ‘거룩함에로의 부르심’이라고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부르십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거나 하여 찾는 행위는 목적, 이유가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나 받고 싶은 것, 요구하고 싶은 것 등이 있습니다. 나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불러서 이런 사연을 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요. 그러므로 ‘우리 각자의 성소(聖召)’를 두고 첫째로 생각해볼 것은 ‘하느님과 나의 관계’입니다. 우리 신앙인 모두에게 성소가 있다 함은 곧 ‘나는 하느님과 일정 수준 이상의 관계로 맺어진 존재’라는 뜻입니다.

누가 나를 부를 때에 무슨 용건으로 부르는가도 중요하지만, ‘부르는 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그 부름의 중요성과 반응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스스로 부여할 수 있는 목표와 가치를 뛰어넘는 고귀한 것을 두고 ‘사명(使命)’ 혹은 ‘소명(召命)’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누군가가 시켰다(사명)’, ‘누군가가 일부러 시켰다(소명)’는 것이 그 어떤 당위성이 자신보다 더 큰 존재 - 그 존재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 로부터 주어졌음을 인식함에서 더 큰 동기와 책임감을 갖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성소(聖召)’는 “하느님께서 불러서 주시는 소명‘이라는 의미이므로, 인간이 부여받는 어떤 동기보다도 더 강한 사명감, 더 강한 책임감의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신앙인으로 불리움받았다는 사실에서 느껴야 할 더 큰 사명감, 더 큰 책임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둘째로,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본성인 ‘거룩함’에로 부르십니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의 구분과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목표는 이 ‘거룩함’에 있습니다. 사목자로서, 공동체의 봉사자로서, 부모로서나 자녀로서, 동료이거나 친구 혹은 이웃 등으로서 그 역할에 어울리는 거룩함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 부르심의 목적인 거룩함을 두고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는’(요한 10,10) 것으로 말합니다. ‘성소’를 두고 성직자 혹은 수도자가 되는 것처럼 어떤 삶이나 직무, 역할을 부여받는 것만으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이는 자신의 삶과 선택에 국한하여 성소를 생각하는 모습입니다. ‘거룩함에로의 부르심’은 우리 모두를 향한 것이고, 나 혼자만이 아니라 모두가 다 거룩해짐으로써 생명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사제성소, 수도자성소가 귀하다고들 말하는 오늘날, ‘이것이 해결책이다’라고 뚜렷이 말할 수 있는 타개책은 없습니다. 하지만 ‘거룩함’을 사랑하고 동경하는 마음을 잃어가는 것이 가장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많은 이들이 성소를 살아가는 이들을 두고도 거룩함이란 ‘그들만을 위한 것’으로 생각해버려 자신과 무관한 가치로 여기는 것이 성소자가 귀한 현상의 가장 근본적 원인일 것입니다. 아울러 ‘거룩함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기도 이전에 거룩함을 얻기 위해 때로 포기하거나 감수해야 할 수 있는 것들에 먼저 마음을 빼앗김으로써 거룩함 자체를 도외시하는 ‘세속적 경향에서 오는 유혹’으로부터 자신과 서로를 지켜주고자 우리 또한 더욱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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