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이맘때, 지금은 성인품에 오르신 요한바오로 2세 교황께서 선종하셨습니다. 교황 재위 시절에는 그분에 대한 여러가지 평가가 엇갈렸습니다. 전세계를 누비는 파격적인 행보나 시성(諡聖 : 성인품에 올림)이 잦은 등 관례를 깨는 모습이 있는가 하면 급변하는 현대사회를 두고 신학적인 해석에 있어서는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평가도 받는 등 소위 세간의 '호불호(好不好)'가 엇갈렸습니다. 특별히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등지의 교회에서 더욱 존경받는 분이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교황님의 죽음 이후의 모습을 보면서 다른 느낌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1981년에 교황님 암살을 기도했던 사람은 장례미사에 참석하고 싶다면서 감옥에서 잠시 내보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80세가 넘은 이 노인의 죽음 앞에서 슬퍼하며 전세계 곳곳에서 배낭을 메고 로마로 밀려오는 엄청난 수의 젊은이들과 그들의 눈물도 보았습니다.(노인과 젊은이 사이의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고, 세대를 뛰어넘는 존경을 받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움을 생각해봅니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교황님이 참 좋은 사람이셨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사람의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적잖은 사람들이 냉담을 풀거나 예비신자가 되고자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모습을 통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 ‘교황님 생애의 공과(功過)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그분은 정말로 사람들을 사랑하며 일평생을 살다 가셨구나’ 하고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아들을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참으로 단호하게, 무섭게 들리는 이 말씀은 사랑의 결단을 요구합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이 참된 진리라는 것은 당신이 몸소 증명하셨습니다. '이웃을 내몸같이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절대계명을 가르치시면서 용서와 자비를 직접 실천하십니다. 사랑하기만 하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고 어려웠기 때문에, 그 어려움을 감당해낼 힘을 얻고자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도우심에 힘입어서 수많은 두려움과 유혹 앞에서도 굴하지 않으시고, 십자가의 위대한 사랑을 드러내보이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부활하심으로써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영광은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난받는 가운데서 받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하십니다.
그런 고통을 겪으시고 수고를 아끼지 않음으로써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얻는 방법을 가르쳐주신 분이 바로 하느님의 아들이시니, 그분을 믿지 않는 이들은 기도하고 자비를 실천하며 온갖 두려움과 유혹을 끊어버리면서까지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거부하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이야말로 가장 크고 위대한 사랑 그 자체이심을 믿지 않는 사람이 사랑하는 데서 오는 고난을 받아들일 리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 대한 믿음, 그것은 사랑 자체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사랑하는 삶을 살아감으로써 그분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랑 그 자체이시기에 사랑하며 살지 않는 사람과 함께 머무르실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합니다.
사랑하는 데에 몸바친 자의 삶,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삶입니다. 우리도 "사랑으로" 사람들에게 사랑의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을 확고하게 하면, 그래서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과 함께 머무름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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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가 너무 좋아요. 역시 북경엔 바람이 불어야 제맛이라고들 하지요 ㅎ 좋은날만큼이나 기분좋은일들이 가득한 평범한 일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더욱 드네요.. 하느님과 함께 머무르는 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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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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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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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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