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일 주님 부활 대축일

    북경한인공동체의 모든 가족 여러분, 부활을 축하합니다! 알렐루야!

  부활성야미사의 복음(마태 28,1-10)에서 여인들과 제자들이 예수님의 무덤이 비어있음을 발견하면서 예수님의 부활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실제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 첫 인삿말은 '평안하냐?'입니다. 그리고는 한말씀 덧붙이십니다 : "두려워하지 마라"

  예수님께서는 왜 구태여 첫 인삿말을 '두려워하지 마라'고 하셨을까요?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을 때 헛것이라도 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이 말씀에서 부활( 復活 )의 뜻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단서를 얻는 듯 합니다.

  부활한다는 것은 '영원한 삶', '항구한 삶'을 뜻합니다. 큰 감흥이 없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우리 인간사에서 ‘영원하다’는 말이 얼마나 헛되게 들립니까? ‘항구함’ 곧 한결같기가 얼마나 힘든 것입니까? 그런데 그 어려운 것을 해낸 사건이 바로 '부활'입니다.

  제자들이 두려워했던 것은 죽은 줄 알았던 예수님을 보고서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죽음을 초월한 신적 생명, 바로 ‘영원한 것’ 앞에서 영원하고 한결같지 못함으로 인해 불안과 초조, 상심과 좌절 등을 겪을까봐 가지는 마음이기도 할 것입니다.

  잘 살아보겠다고 열심히 노력해서 작심삼일이 되거나, 애써 공들인 성과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그토록 믿고 아끼던 사람으로부터 배신감을 맛보고, 건강한 줄 믿었는데 어느샌가 고통중에 시달리게 되기도 하고…… 이렇게 선하고 좋은 것, 사람을 생기있게 하는 것들을 간직하려 애써도 또 언제든 잃어버릴 수 있어서 우리는 ‘영원한 것’ 자체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생명, 하느님의 사랑은 그런 불신과 의구심을 완전히 초월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예수님의 부활 사건입니다. 구약성경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예를 생각해본다면 하느님의 축복을 받았다가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 살려주셨다가도 또 그 보호하심을 거두어가시어 죽음의 위협 앞에 다시 놓이게 되는 것이 인간사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처럼 부활하여 얻는 생명은 결코 다시 잃어버릴 일이 없습니다. 죽음도 뛰어넘었으니까요. 곧 '영원한' 생명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에게 좋은 것을 주시다가도 그 백성이 믿음을 저버리면 좋은 것을 거두어 가시고 그로 인하여 재앙이나 시련을 겪는다고 구약성경의 이스라엘 백성은 체험해왔습니다. 그래서인가요, 구약성경에도 소위 금수저와 흙수저가 있습니다. 축복의 수혜자가 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구분, 다시 말해 하느님의 축복조차도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는 않는 그런 한계가 있음을 체험합니다.  - 물론 그 탓은 자신들이 지은 죄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지만요 - 그런데 부활하게 되면 인간의 죄와 무관하게,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리스도교 교리에서는 바오로 사도의 신학을 근거로 부활을 ‘아담의 죄로 훼손된 태초의 인간성의 회복’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생명과 축복, 거기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을 이겨내게 하는 것이 '부활' 사건입니다.

  부활하게 되면 우리가 살면서 가지는 여러 가지 두려움을 벗어버려도 됩니다. 곧 약속받았더라도 그 약속이 무산될까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고, 그 생명의 불꽃이 언젠가는 사그러들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혹은 어떤 이들이 하느님의 사랑에서 제외될까봐 눈치보지 않아도 됩니다. 그것이 예수님의 부활이 우리에게 주는 생명의 ‘영원함’, ‘항구함’, ‘보편성’입니다.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믿고 추구하면서 겪는 온갖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확신을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하며 기뻐할 날, 바로 오늘입니다.

  그리고 그 기쁨의 노래가 바로 우리가 매번 미사때마다 부르는 노래 : "알렐루야"(Alleluia - 하느님을 찬양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