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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사순시기 초반에 많이 묵상하는 주제인 회개(悔改)’무언가를 바꾸어 (올바르게) 되돌려놓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회개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되돌아가야 할 방향, 원래 지켜져야 했던 목표가 있는 변화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이 방향과 목표는 하느님입니다. 한 인간이 하느님과 온전히 일치하는가 여부, 곧 회개가 제대로 되는가를 판단하는 잣대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지요.

 

  하느님을 닮는다고 할 때에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은 창세기에 나오는 천지창조의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지어내시면서 우리의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창세 1,26)고 하셨습니다. 사람은 하느님을 닮은, 그러한 품위를 지닌 존재로 스스로를 인식해왔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회개는 우리의 잘못과 부족함으로 인해 잊고 있거나 잃어버린 본래의 품위, 즉 하느님을 닮은 품위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흔히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합니다. 직무에 임하는 책임감이나 주변을 바라보는 시야, 신경써야 하는 것들 모두 달라질 수 있지요. 하지만 남들이 그 자리에 맞갖게 대우해주고 존중해주기 때문에 달라지기도 합니다. 우리 신앙인들도 신앙의 무게와 품위에 걸맞게, ‘하느님의 자녀라는 품위를 손상시키거나 하여 회복해야 한다면 그것은 무엇인지를 각자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제 얘기를 한 가지 해봅니다.

  본당에서는 모르지만, 한국에 휴가를 가거나 순례를 한다거나 혹은 어느 모임에 교우분들과 함께 가게 되었을 때 자연스런 기회가 있다, 저는 제단에서가 아니라 신자석에서 미사참례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릴 때, 신학생때의 마음가짐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사를 정성되이 드리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기도 하고, 교우분들과 교감이 생긴다고 느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사를 드려도 정성스럽지 못한 때가 있고, 그뿐 아니라 사는 모습에서도 모범을 보이기는 커녕 오히려 더 못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실망스러움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이런 모습이 비단 저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역할과 품위에 맞게 살지 못하는 모자란 사람들의 모습을 주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성직자, 수도자라는 사람들이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열정이 교우들보다 더 부족한 듯 보이는 때도 있습니다. 새로 세례받아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는 분들이 오랫동안 신앙생활하신 분들보다 하느님을 더 열심히 찾는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믿는 이들이 믿지 않는 이들보다 더 못하고, 하느님을 의식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간다고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밖에도 세상에서는 가진 사람들이 없이 사는 사람들보다 더 인색하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이처럼 어떤 자리와 역할로서 품위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그 품위에 걸맞는 모습으로 살아야 비로소 그 품위를 잃지 않게 되며 빛나게 됩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지위와 역할에 걸맞게, 스스로의 품위에 합당하게 살아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품위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회개에 관하여 중요한 시기의 문제가 대두됩니다. 참된 회개는 언제나 지금부터라도 시작되어야합니다. 미룰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그 품위에 어울리는 생활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느님의 자녀요, 하느님을 믿고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하는 우리들은 회개하라는 외침 속에서 지금 이 순간에 무엇을 변화시키고 회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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