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誘惑)은 사람을 ‘꾀어서 정신을 혼미하게 하거나 좋지 아니한 길로 이끄는 행위’를 말합니다. 사람이 고통 중에 있으면 그 고통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인해 꾀임에 넘어갈 수 있고, 욕심에 차 있으면 그로 인해 속임수에 잘 넘어갈 수 있기도 합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죄(罪)를 ‘하느님의 뜻에 반하는 것, 즉 악(惡)을 선택하는 행위’로 설명하는데, 악한 것인 줄 알려고 들지 않는 무의지(無意志) 혹은 악한 것인 줄 알면서도 눈감는 무감각(無感覺) 등을 통해 유혹은 찾아옵니다.
현대의 과학기술과 문명의 발달로 인해 많은 것들이 더 이상 유혹거리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걸렸다 하면 이유도 모른채 죽어가야만 하는 줄 알았던 질병들도 그 원인을 규명해내거나 치료법이 생겨나서, 심지어 암(癌)도 조기에 발견하고 잘 관리하면 감기처럼 지니고 살아갈 수 있는 병이 되기도 한답니다. 그럼에도 세상에서 우리의 삶을 바른 길에서 벗어나게 꾀는 유혹들은 여전히 넘쳐납니다. 오히려 더 모호해졌고, 교묘해졌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이 가려지는 경우도 많아졌고, 환경오염과 생태계교란 등으로 인해 알 수 없는 질병들도 너무나 많이 생겨납니다.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재미있는 것만을 좇는 문화가 만연하여 ‘감각적인 것만을 좇는 문화’가 팽배하기도 합니다.
최근 한국의 감염사태확산을 보면서 또 한가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회, 위로받고 싶은 욕구가 지나침에 따라 받게 되는 유혹입니다.
소위 ‘신천지’라고 불리는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에 수십만의 사람이 몰려가고, 그 집단과 소속된 자들의 잘못으로 인해 한국사회 전체가 감염사태 악화일로에서 고통받고 있는데, 도대체 왜 그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가 있을까 생각해보면서 우리 역시 겪고 있을 ‘위로의 유혹’을 생각게 됩니다.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신천지의 교리를 듣고는 코웃음을 친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터무니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신천지 활동지침에도 목회자나 그 가족, 성경에 해박한 사람들을 상대로는 섭외를 하지 말라고 한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신천지에 갑니다. 상식을 넘어서는 행동에도 수긍을 합니다. 신천지에 가담했다 이탈한 사람들 혹은 그들을 연구하는 이들은 말합니다 : 그들(신천지집단)이 사람의 아픈 상처나 약점, 힘겨움을 헤아리고 잘 위로하는 특징이 있다고 말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진리이신 하느님”의 모습을 알고자 애쓰고, 완전한 선(善)이신 하느님을 닮으려 노력함으로써 악(惡)을 멀리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참되고 바른 일, 옳은 일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무엇이 없어지지 않을 참된 것인지,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를 하느님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 사순시기의 초입에 이른 오늘, 우리가 듣는 주일의 독서와 복음말씀은 여러 고통과 어려움, 갖가지 유혹 속에서 우리가 그 해답을 찾아야 할 보고(寶庫)는 하느님의 말씀임을 알려줍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모든 유혹을 하느님의 말씀에 근거하여 물리치셨습니다.
제1독서에서 하느님의 말씀은 모두 그대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 말씀이 허언(虛言)이 아님은 말하는 이의 의지와 행위가 모두 진실되며, 그 말씀이 이루어지도록 할 능력까지 뒷받침됨을 알려줍니다. 과연 그분의 말씀대로 세상의 모든 것이 생겨났습니다.
이번 사순시기 동안 우리도 예수님처럼 말씀에 힘입어 하느님 나라에 더욱 가까워지는 은총의 시기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여러 가지 교묘하고 대수롭잖게 여길 수 있는 꾀임에도 그것을 유혹으로 식별할 수 있는 영적인 눈을 ‘말씀에 근거하여’ 가져보도록 합시다.
이제 3월로 접어들면서 북경으로 돌아오기를 주저하거나 기다리던 분들, 우리들의 가족들도 하나둘씩 돌아옵니다. 감염사태가 가까스로 진정되어 가는 국면에 한국에서의 사태로 인해 불똥이 튈까 싶어 우리와 가족들을 불편한 존재로 여기는 현지인들의 모습도 마주하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곳에서 우리 동포들을 반기지 않고 거부하는 사태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안타깝고 속상한 이 상황 속에서 잠시 얼마 전을 돌아보며 새삼 깨닫습니다. 중국에서 감염자가 속출할 때에 타인을 병원균 보듯 하며 비하했던 우리 사회의 적잖은 사람들이 뱉은 그 모진 말들, 그 속에 담긴 불안감과 걱정이라는 핑계 속에 내뱉은 거친 속내가 지금 우리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오는 것을 보며, 그 거친 생각과 표현 또한 하나의 유혹이었음을 말입니다.
이 점에서 볼 때, 이곳에서 살아가시는 분들은 북경에서 또 한국에서 이중고를 겪고 계십니다만 그 안에서도 이 환란이 잘 마무리되는 데에 협조하고 서로 돕는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는 대원칙에 어긋나는 생각과 말과 행동을 자제한다면, 크고 작은 상처나 어려움으로 인한 유혹들도 잘 넘길 수 있겠지요. 그 모든 유혹의 순간들을 기도와 말씀에 의지하며 잘 이겨내시길 빕니다.
번호 | 제목 | 날짜 |
---|---|---|
718 | 게시판을 열며 : 인사드립니다. 2 | 2020.02.08 |
717 | 2월 9일 연중 제5주일(마태 5,13-16) 2 | 2020.02.08 |
716 | 2월 10일 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기념일(마르 6,53-56) 3 | 2020.02.10 |
715 | 2월 11일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세계 병자의 날) 4 | 2020.02.10 |
714 | 2월 12일 연중 제5주간 수요일(마르 7,14-23) 2 | 2020.02.12 |
713 | 2월 13일 연중 제5주간 목요일(마르 7,24-30) 3 | 2020.02.12 |
712 | 2월 14일 성 치릴로 수도자와 성 메토디오 주교 기념일(마르 7,31-37) 3 | 2020.02.14 |
711 | 2월 16일 연중 제6주일(마태 5,17-37) 5 | 2020.02.15 |
710 | 2월 18일 연중 제6주간 화요일(마르 8,14-21) 3 | 2020.02.18 |
709 | 2월 19일 연중 제6주간 수요일(마르 8,22-26) 3 | 2020.02.19 |
708 | 2월 20일 연중 제6주간 목요일(마르 8,27-33) 5 | 2020.02.20 |
707 | 2월 21일 연중 제6주간 금요일(야고 2,14-24.26; 마르 8,34-9,1) 3 | 2020.02.20 |
706 | 2월 23일 연중 제7주일(마태 5,38-48) 3 | 2020.02.23 |
705 | 2월 25일 연중 제7주간 화요일(마르 9,30-37) 4 | 2020.02.24 |
704 | 2월 26일 재의 수요일 2 | 2020.02.25 |
703 | 사순시기를 시작하며 2 | 2020.02.25 |
702 | 2월 27일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루카 9,22-25) 2 | 2020.02.27 |
701 | 2월 28일 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이사 58,1-9; 마태 9,14-15) 3 | 2020.02.28 |
» | 3월 1일 사순 제1주일(마태 4,1-11) 7 | 2020.02.29 |
699 | 3월 3일 사순 제1주간 화요일(마태 6,7-15) 4 | 2020.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