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하다 보면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 다양한 재능, 성향 등을 보입니다. 그러나 공동체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믿음에 충실코자 하는 마음이 같다면 이런 다양함은 오히려 공동체 안에서의 우리의 신앙생활을 풍요롭게 합니다.
아직 우리 북경한인공동체에서 교우분들을 많이 만나보지 못하여 이곳은 어떠할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제가 이전의 다른 소임지에서 겪었던 바를 토대로 얘기해 본다면 어디를 가도 열심히 봉사하고 신앙생활의 의무를 충실히 지키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보았습니다.
그런데 간혹 이런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웃들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의무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으며, 공동체에 협조적이고 적극적이기까지 합니다. 내면적인 영적 생활도 착실하게 잘 해나가십니다. 주변인들에게 욕 얻어 먹을 일도 만들지 않으려 무진장 애쓰고 그래서 평판도 좋습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어떤 특정 봉사직무는 무조건 거부합니다. 상황이 여의치않다는 것 때문만이 아니라, 본인의 마음속으로 정해놓은 기준이 확고해서 어느 수준 이상은 덮어놓고 거부하는 것입니다. 이전의 부정적인 경험, 혹은 어떤 마음속의 두려움 등으로 인해 공동체나 주변의 요청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정말 고민조차 없으리만큼 똑 부러지게 거부합니다.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만, 공동체를 향해 보여온 애정, 하느님을 믿으며 살아온 그 믿음에 있어 일정한 선을 넘지 않으려는, 다시 말해 아직 채우지 못한 일정 공백을 마저 채우려는 ‘완전한 사랑’, ‘완전한 봉사’, ‘완전한 믿음’을 위한 노력이 부족해보인다는 점은 살짝 아쉽기도 합니다.
어디 이런 모습이 특정인만의 모습이겠습니까? 저를 비롯한 우리 대다수 신앙인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단면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오늘 복음의 말씀을 통해 예수님께로부터 한가지 요청을 받았습니다 : "하늘에 계신 아버지처럼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하느님 아버지처럼 완전한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입니까?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이 말씀은 너무 어렵게 들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가 못할 일이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고난받으시고 돌아가셨다는 것도 못할 일이지 않습니까? ‘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의 근거가 과연 무엇인지, 어떤 어려움이나 수고로움, 불편함을 초월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의 부족 때문은 아닌지 돌아볼 일입니다.
차마 못 할 일이다 싶은 그 십자가의 고난조차 기꺼이 받아들이신 그 예수님과 더불어 행한다고 여기고 노력하는 마음가짐이 ‘지금보다 더 완전한 믿음과 사랑과 봉사’를 행하는 우리 신앙인의 마음이어야 합니다.
내 화를 돋구는 사람들에게 감정과 원한을 퍼붓는 대신에 그들을 위해 짤막한 기도를 먼저 바치십시오. 또한 내가 지금보다 더 깊이 사랑해야 할 이들은 없는지, 비록 '원수'는 아니지만 소홀히 대하거나 업신여기거나 사랑할 가치가 없다고 당연시하는 이들은 없는지 돌아봅시다. 그리고 우리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사랑하기에 태만했음을 느낄때, 먼저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십시오. 우리와 함께계시는 예수님의 사랑이 원수마저도 사랑할수 있도록 변화되는 은총을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스스로에게나 이웃을 향해서나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서 그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보여야 합니다. 무턱대고 덤벼들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또한 ‘노력해도 안될 것’이라는 불신도 버려야 합니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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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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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다른 생각, 다양한 재능, 성향 등을 가진 신자들의 노력이 모여 완전한 공동체가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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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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