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성인병에 대한 경계와 관심으로 인해 싱겁게 먹는 식습관이 환영받고 있지요. 그만큼 소금은 이전 어느때와도 비할 바 없이 천대받는 신세가 되었죠.
그러나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소금은 국가에서 직접 그 유통을 관리할 만큼 중요한 자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소금이 귀한 이유, 그 값어치는 ‘짠맛’을 내기 때문입니다. 그 소금이 비록 저렴해진 오늘날이라 할지라도, 소금은 여전히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기에 사람들은 소금을 아무렇게나 두지 않죠. 습기를 머금거나 물에 젖게 하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언급되듯, 소금은 그렇게 “짠맛”을 잃지 않아야 제 값을 합니다.
복음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가리켜 ‘세상의 소금’이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이미 소금 같은 존재이며, 소금처럼 ‘없어서는 안될 값어치’를 하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오늘날처럼 소금이 아무리 흔해졌다 하더라도 그 값어치가 훼손될 수 없듯이,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들도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짠 맛’을 지니고 그만한 값어치를 해내어야 할 존재임을 잊지 말라는 뜻일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소금의 값어치’를 할 수 있을까요?
현대는 이전 어느때와도 비할 수 없을만큼 종교에 대해 냉담한 시대입니다. 종교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는 수많은 이들이 말합니다 : “신앙을 가지면 믿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나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비록 신앙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신앙을 가졌다면 어느 순간에는 믿지 않는 이들보다 더 나은 어떤 모습을 기대케 한다는 것을 짐작케 합니다. 제가 신부로 살아가면서도 마찬가지 생각을 종종 합니다. 신부가 되었다는 것이 ‘내가 무언가 능력이나 이전의 경력을 인정받아 보상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합니다. 오히려 ‘교회의 가르침을 전달할 권위’를 부여받고 존중받는 성직자이니만큼, 성직자의 품위에 걸맞게 ‘여느 사람들과 다른, 좀 더 나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충족시킬 책임과 의무를 더욱 많이 부여받았다고도 생각됩니다.
그러기에 그 기대에 조금이라도 더 부응하는 모습으로 살고, 같은 순간에 조금 더 다른 시각과 마음을 가질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우리는 ‘신앙인으로 혹은 성직자로서 값어치’를 제대로 간직하게 됩니다.
최근 감염사태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불안해하고 또 고통받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환난 속에서 자기자신만을 걱정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인간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쉽지않은 역경 속에서 체념하듯 사태를 지켜봅니다.
하지만 미사마저 드릴 수 없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도, 나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지켜주고자 미약한 노력이나마 게을리 하지 않고, 자신의 힘만이 아니라 하느님께 그들을 의탁하며 기도하는 가운데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이야말로 신앙인이 환난을 견뎌내는 가운데 보여줄 진정한 ‘값진 모습’이요, 세상의 소금으로서 우리가 지녀야 할 ‘짠 맛’이 아닐까 합니다.
미사를 못 드리니 나 혼자 기도라도 해야지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이 환난 속에서 하느님께 의탁하고 전구하는 역할을 귀하게 여기며 실천에 옮기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드리는 기도의 값어치이며 우리 신앙인들이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것을 증거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북경에 계시든, 타지에 계시든, 우리 공동체 모든 이가 기도 안에서 하느님께 희망을 두며, 우리 스스로도 사랑과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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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성전에서 누리는 온화함을 오감으로 접하지는 못하지만, 이 순간 여기 우리 안에 계시는 주님과 함께 온유하게 지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강론을 접하며 부족한 실천을 느낍니다. 주님의 뜻과 일을 이웃과 함께 하는 주간으로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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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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