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우리에게 혼인 잔치는 놀라운 일로 기억됩니다. 예수님의 첫 기적이 혼인 잔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혼인 잔치는 아름다운 일로 기억됩니다. 성모님의 마음 씀씀이로 마지막까지 기쁘게 끝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의 혼인 잔치는 그렇지 않습니다. 초대받은 이들은 오기 싫어하고 잔치에 들어온 이들 중에서 쫓겨나는 이도 있습니다. 기쁨의 잔치가 아니라 두려움의 잔치가 되어버렸습니다.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는 모두가 “하고 싶어” 합니다. 신랑, 신부는 사람들에게 잔치를 베풀고 싶어 하고, 성모님은 술이 떨어진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고, 종들은 시키는 일을 하고싶어 하고, 손님들은 술맛을 보고 기꺼이 칭찬을 하고 싶어 합니다. 모두가 “하고 싶어” 애달파하니 예수님께서도 때를 바꾸어서라도 “하게 되”었습니다.
임금의 혼인 잔치에서는 임금님 혼자만 “하고 싶어” 애달파하고 사람들은 “하기 싫어”합니다. 초대받은 사람은 가기 싫어하고, 얼떨결에 잔치에 온 사람은 옷차림을 싫어합니다. “정승도 제 하기 싫으면 그만”이라는 말이 이보다 더 맞을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도 사람들을 억지로 웃게할 수는 없습니다. 매주일 하느님 혼자 애달파봐야 매주일 번거로운 일이 될 뿐입니다.
“기쁘다”와 비슷한 말이 “기껍다”입니다. 신앙의 “기쁨”도 신앙생활을 “기꺼이 하고 싶어” 애달파하는 이에게 주어집니다. “기꺼이 주고 싶어” 애달파 하시는 분께서 먼저 주실 것입니다.
“나의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영광스럽게 베푸시는 당신의 그 풍요로움으로, 여러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 주실 것입니다.”(필리 4,19)
그리고 마지막 날에 우리의 신앙생활은 놀라운 일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들꽃마을 원장 이병훈 요한 신부
(2017년 10월 15일 연중 제28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