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
2017년 군종교구로 파견되어 군종신부로 임관한 성영산 보니파시오 신부입니다. 저는 임관 축하 미사 때 임관 신부들을 대표해서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발표하였습니다.
“드디어 무사히 훈련을 마치고 임관하였습니다.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참 말을 듣지 않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군인인가? 신부인가? 하고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함께하는 전우인 신부님들과 같이 땀 흘리면서 가장 신부다울 때 가장 군인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신부로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군대의 모든 이들, 신자, 비신자, 그들 모두에게 영적 아버지로서 다가가고 지켜주고 함께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과 전우를 지키는 군인에 가장 가까운 모습임을 깨닫습니다. 저희에게 주어진 모든 순간에 더욱 군종신부다운 신부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희를 위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군종신부로 살아간다는 것은 장교 계급장(대위)을 달고는 있지만, 모든 이들에게 신부로서 다가가는 것입니다. 군인이면서 신부입니다. 이것이 가끔은 부딪힐 수도 있다고 생각되지만, 임관 축하 미사 때의 소감처럼 가장 신부다울 때 가장 군종신부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음과 같은 말도 군종장교들 사이에서 전해집니다. 군종장교는 이등병 또는 훈련병보다 낮고, 어떤 별보다 높다. 군종신부로 살아가면서 다가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어떻게 드러내어야 하는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장교인 군종신부지만,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 나라에서 가장 큰사람이다. 또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라는 예수님 말씀처럼, 군대에서 가장 낮은 사람인 이등병, 훈련병에게 자신을 낮출 수 있으면서, 동시에 가장 높은 사람에게 흔들리지 않고 신부로서 말할 수 있는 군종신부로 살아가야함을 기억하게 합니다.
그래서 가장 신부다운 모습으로 이곳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을 예수님 이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여러분에게 주어진 삶 속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을 예수님 이름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군종 성영산 보니파시오 신부
2017년 10월 1일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선교의 수호자) 대축일(군인 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