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수님의 비유 말씀은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창조주 하느님과 창조물인 우리와의 관계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떤 기억
급하게 병실 문을 열었고 한편에 놓인 침대가 보일 때, 온갖 의료 장치 사이로 빤히 보시는 아버지의 눈과 마주하였습니다. 저를 발견한 즉시 아버지의 눈은 매우 반짝였고 장치 사이로 힘겨운 웃음을 지었습니다. 아주 놀랍다는 듯 입을 크게 벌리면서 그랬습니다. 저는 냅다 달려가 손을 잡았고, 말 못하시는 아버지를 달래는 아무 말이나 쏟아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날 상황은 이랬습니다. 병실에 계신 아버지를 매일 방문하다 그날만큼은 간병인께 안부를 물었고 괜찮다면 내일 가겠다는 말을 건넸습니다. 그리고 바로 간병인으로부터 사진 한 장을 문자로 받았습니다. 사진 속 아버지의 눈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매우 슬픈 얼굴이었습니다. 침상에서 전화 통화내용을 들은 아버지는 매우 섭섭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간병인으로부터 “아무래도 오셔야 되겠습니다.”란 말을 들었습니다.
어떤 가사
우리나라의 유명 가수인 인순이씨가 불렀던 ‘아버지’란 노랫말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한걸음도 다가설 수 없었던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얼마나 바라고 바래왔는지 눈물이 말해 준다.
점점 멀어져 가버린 쓸쓸했던 뒷모습에 내 가슴이 다시 아파온다.
서로 사랑을 하고 서로 미워도 하고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 싶다.
가까이에 있어도 다가서지 못했던 그래 내가 미워했었다.”
그리고
“가까이에 있어도 다가서지 못했던 그래 내가 미워했었다.
제발 내 얘길 들어 주세요. 시간이 필요해요.∼
가슴속 깊은 곳에 담아두기만 했던 그래 내가 사랑했었다.
긴 시간이 지나도 말하지 못했었던 그래 내가 사랑했었다.”
또 싸이란 유명 가수의 ‘아버지’란 노랫말엔 비교적 현실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
더 이상 쓸쓸해하지 마요.
이제 나와 같이 가요.
오오~당신을 따라갈래요.”
우리 주변에 이처럼 아버지를 이해하는 자녀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아버지로서 자비를 잃지 않는 아버지가 많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비하신 우리 아버지 하느님은 우리 발걸음이 당신께 향하길 바라심을 잊지 맙시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기억합니다. 그날, 늦게 온 저를 너무도 환한 얼굴로 맞아주셨던 순간을…….
원평본당 주임 오철환 바오로 신부
2019년 3월 31일 사순 제4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