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꿈꾸라(대구광역시 교육청 가정형 wee센터, 이하 꿈꾸라)’에 부임한 이후로 하루하루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꿈꾸라’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가정에서 지낼 수 없는 여중고생들이 가정과 학교로의 복귀를 목표로 함께 숙식하며 공부하는 곳입니다. 길게는 몇 년, 짧게는 3,4개월을 머무는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하느님 사랑의 신비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꿈꾸라’에 살고 있는 친구들은 모두 결손가정의 자녀들입니다. 이혼한 부모의 재혼으로 양쪽 모두가 키우지 않으려 하는 친구, 가정 폭력으로 인해 집에 돌아가기를 두려워하는 친구 등 다양한 친구들이 어른들의 실수와 잘못으로 인해 상처 받고 이 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부모님을 그리워하고 자신에게 잘못한 부모님을 용서하고 이해하려고 애쓰는 친구들과 지내면서, 이들 안에 있는 하느님 사랑의 씨앗이 조금씩 자라는 것을 봅니다. 더불어 누군가를 용서하려고 애쓸수록 자기를 사랑하는 힘이 생겨서 성숙한 인간이 된다는 것도 느낍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축복하여라”,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고 말씀하십니다. 원수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 우리와 사랑을 나누다가 서로 미워하게 되는, 그래서 애증(愛憎)의 관계가 되는 가족, 친구들이 대부분입니다. 차라리 무협지에 나오는 ‘부모님을 죽인 철천지원수’ 같은 사람이라면 용서하기가 더 쉬울 것이지만, 우리가 용서해야 할 대상은 매일 매일 얼굴을 마주치며 살아야 할 관계의 사람들입니다. 오늘 용서하고 화해하더라도 내일 다시 싸울 수도 있기 때문에,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 자체에 지치고 두려워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직접 알려주신 주님의 기도에는 “오늘 ……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라는 구절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요. 용서와 화해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해야 하고, 우리 힘만으로는 부족하기에 하느님께 기도로써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것을요.
매일 매일 부모님을 용서하려고 애쓰는 친구들과 살면서 저 또한 매일 매일 누군가에게 용서를 청하고 또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기도 중에 청합니다. 여러분 또한 매일 매일의 기도로 하느님의 은총을 통해서 내가 사랑하는 그 누군가를 용서하고 화해함으로써 나 자신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하느님이 주시는 큰 선물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대구시 교육청 가정형 Wee센터장 김덕수 안드레아 신부
2019년 2월 24일 연중 제7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