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포기하지 않을...
아픈 사람은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유능한 의사(醫師)를 필요로 하고 좋은 약을 필요로 합니다. 물론 좋은 병원이나 검사장비도 필요하겠습니다. 하지만 환자 자신이 낫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면 그 어떤 명의(名醫)나 좋은 약도 소용없습니다. 낫고자 하는 의지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아픈 사람이고 치료받아야할 환자임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치료는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각자는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몸을 이루는 교회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속담에도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이 있듯이, 어느 한 지체가 아프면 온몸이 아프기 때문에 한 몸을 이루고 있는 우리는 아픈 곳을 치료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이러한 교회 공동체가 나아가야할 모습을 보여줍니다.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그를 타일러라.’고 예수님께서 당부하십니다. 어떤 죄를 지었는지 모르지만 복음 말씀에서 언급되는 그 형제는 공동체의 친교에서 벗어나 있고, 영적으로 아픈 사람임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자신이 영적인 의미에서 환자임을 인정하도록 도와주는 일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단 둘이 만나서 타일러도 안 되면 한두 사람을 더 데려가고, 그래도 안 되면 교회에 알리라고 하시는 말씀은 곧,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관심과 사랑을 쏟으라는 말씀입니다.
복음 말씀은 그러한 관심과 사랑뿐만 아니라 처방까지도 안내해줍니다. 자신이 아픈 사람이고 영적으로 치료받아야할 환자임을 인정하는 이에게 용서와 기도로써 도울 것을 오늘 복음은 권고하고 있습니다.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8,18)라는 말씀은 고해성사를 통해서 죄를 사하는 권한을 교회에 주셨음을 뜻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하느님의 용서를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도로써 도와야 하니, 예수님께서도 이르시기를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마태 18,19)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이 요구하는 바는 신앙의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인맥에 의존하는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사랑의 의무 앞에서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순 없기 때문에 형제를 위한 충고나 그에 준하는 관심과 사랑, 용서와 기도는 또 다른 형태의 사랑실천이 됩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모든 사람을 향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교회 공동체가 서로 이루는 친교, 그 사귐의 신비에는 모든 사람들이 초대받았습니다. 우리가 실천하는 사랑은 모든 사람들을 향해 넓혀져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오늘 둘째 독서에서 밝혔듯이, “사랑은 율법의 완성”(로마 13,10)이라는 사실은, 그렇게 살아가려는 우리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입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최의정 바오로 신부
(2017년 9월 10일 연중 제 23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