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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위를 걸으시는 능력자 예수님?

 

오늘 예수님께서는 참 바쁜 하루를 보내십니다. 남자만도 오천 명을 먹이시는 일이 있은 다음에 제자들을 재촉하시어 호수 건너편으로 배를 타고 먼저 가게 하십니다. 그리고는 혼자 남아 군중을 돌려보내십니다. 이렇게 바쁜 하루를 보내시고도 잊지 않으시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기도입니다. 바쁜 하루를 보내시고도 혼자 기도의 시간을 갖는 예수님을 보면, 늘 기도하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새벽까지 그렇게 보내시고는 제자들이 있을 호수 건너편으로 가십니다. 당신께서야 능력(?)이 있으시니 물위를 걸어서라도 가실 수 있지만, 제자들은 배 시간에 맞춰 보내고 싶었나 봅니다. 어쩌면 당신이 좀 더 바삐 움직이더라도 제자들만큼은 쉬게 해 주려는 배려인지도 모릅니다. 높은 파도를 보고는 바람을 꾸짖어 제자들이 편히 가게 했어야 하나 생각하셨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이렇게 다가가는 예수님을 향해 유령이라고 소리치는 제자들을 보니 ‘아직도 나를 잘 모르는구나. 내가 하느님의 아들인지 그만큼 얘기하고 보여 줘도 알지 못하니 아직 더 가르칠게 많구나.’라고 생각하시며, “이제 내가 왔으니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여기 함께 있지 않느냐? 걱정할 것도 겁낼 것도 없다.”라고 말씀하시는데 베드로가 의외의 제안을 합니다. 자기도 물위를 걸어 당신께 갈 수 있게 해 달라는 겁니다. 문제될 것은 없지만 어떤 능력을 갖는다고 걱정이 사라지는 건 아닌데, ‘아직도 배울게 많구나.’하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해 보라고 허락하셨지만, 아니나 다를까 베드로는 거센 바람에 두려워져 버립니다.


물에 빠지는 것이 겁나고 두려웠던 베드로는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지금 물을 밟고 서 있지만, 거센 바람 앞에서 또 다른 두려움이 생겨 버립니다. 작은 두려움도 용기 전체를 잃게 만드는 모양입니다. 어쩌면 모든 두려움은 혼자여서 느끼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두려움을 없앨 능력이 있어도 혼자 있다고 생각하면 쉽게 용기를 잃게 되지요.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두려움에 떠는 베드로에게 바람을 이길 또 다른 능력이 아니라 손을 잡아 주는 행동을 하셨나 봅니다. 두려움을 없애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내 손을 잡아 주는 그 누군가인데, 혼자서 어떤 능력에 기대어 살아가려는 우리들에게 제자들의 고백은 의미심장합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고백 말입니다.


우리는 매일 이런저런 걱정 가 운데 바쁘게 살아갑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가운데서 함께하시며 내가 함께 있다는 것을 알려주시려 기도 중에 만나기를 바라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도 안에서 그분의 능력만 바라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 봅니다. 문제를 해결해 줄 능력자로서의 예수님을 찾는다면 매 순간, ‘왜 이번에는 도와주지 않으시는가?’ ‘다음에도 잘 도와주실까?’ 의심하고 걱정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믿음이 필요하지, 능력자 예수님을 곁에 두려고 환심을 사려는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성유대철본당 주임 이압돈 압돈 신부

(2017년 8월 13일 연중 제 19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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