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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앞선 조선인

 

최초의 한국인 사제, 일 년이 채 되지 못한 안타까운 사목활동, 모진 고문과 순교. 이 세가지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입니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 1845년 8월에 사제서품을 받으시고 1846년 6월에 관리들에게 잡혀 모진 고문을 당한 후 그해 9월 16일에 순교하신 김대건 신부님은 우리 가톨릭 신자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분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나 잊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당시에 가장 앞서 나가는 조선인이었다는 것입니다. 쇄국정책으로 인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김대건 신부님은 마카오로 건너가 가톨릭 신학을 통해 서양의 언어와 학문을 제대로 교육받은 최초의 조선인이 되었습니다. 이를 알게 된 관리들의 요청으로 옥에 갇혀 있을 때 영어로 된 세계지도 2매를 번역하고 지리개설서를 편술하였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능력과 인품을 높이 평가한 관리들은 신부님에게 배교하고 나라를 위해 재능을 쓸 것을 권유했습니다. 세계정세와 시대 흐름을 정확히 읽으셨던 김대건 신부님도 종교의 자유와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민족과 나라를 위한 길이라고 역설하시며 무너져가는 조선을 걱정하셨습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같았지만 신부님의 선택은 신앙이었습니다.

 

믿지 않는 이들은 만약 신부님이 배교하고 재능을 나라를 위해 썼더라면 지금 우리나라가 많이 달라져 있을 거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부님은 인간이 꿈꾸는 좋은 세상을 넘어서는 영원한 생명을 얻는 하느님 나라를 지향하셨고 순교로 그것을 증명하셨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제시하셨고 교회와 신자들을 향한 희생적 삶과 죽음을 통해 참된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신부님께서 보여주셨던 그 모습은 우리에게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을 저는 아직도 우리에게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남아있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게 된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선장만이라도 현장에 끝까지 남아 있었더라면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안타깝고도 확연한 사실은 저에게 리더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리더(Leader)’란 단순히 단체를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라, 희생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 희생은 상황에 따른 순간적 판단이 아니라, 김대건 신부님처럼 짧은 사제생활 이전부터 보내셨던 영원한 가치에 대한 고민과 사람들을 위한 희생과 결단의 시간이 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아울러 가톨릭교회의 리더이신 교황님을 위해 기도하는 오늘,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베네딕토 교황님 두 분의 결단과 희생을 묵상해봅니다. 역사상 최초로 은퇴교황이 되신 베네딕토 교황님의 결단과, 세상의 어두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희생적인 모습으로 교회를 이끌어가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용기는 위기로 빠져드는 가톨릭교회의 희망이 되었습니다. 가정, 본당, 직장, 모임 등 크고 작은 곳에서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하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기도 안에서 비추어보는 한 주가 되었으면 합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한승훈 안드레아 신부

(2017년 7월 2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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