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께서 우리를 통하여 활동하시도록
찬미 예수님, 오늘은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우리 모두 세례 때에 성령을 받았고, 견진 성사를 통해 성령을 더욱 충만히 받았음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성령이 누구십니까? 바로 성부 하느님께서 성자 하느님께로 향하는 사랑과 성자 하느님께서 다시 성부 하느님께 돌려드리는 사랑이 뭉쳐져서 되신 새로운 위격의 하느님이십니다.
비유로는 한계가 있겠습니다만, 남편과 아내의 사랑이 아이를 잉태하고, 새롭게 태어난 아이는 아버지와 다른 인격이고 어머니와 다른 인격이 되어 새롭고 독립적인 인격이 되는 것과 비슷하게 성부 하느님과 성자 하느님이 주고받는 사랑이 새롭고 독립적인 위격의 하느님이 되시는데, 성부 하느님과도 다른 위격, 성자 하느님과도 다른 위격인 성령 하느님이 되십니다.
이렇듯성령은 사랑의 성령이십니다. 성부와 성자 하느님께서 서로 주고받는 사랑이 위격이 되신 성령을 우리는 세례 때와 견진 때에 더욱 충만히 받았으므로 우리는 하느님의 지극하신 사랑을 받은 것입니다. 오늘 복음 환호송에서 “오소서, 성령님… 저희 안에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라고 노래합니다. 하느님 사랑의 성령을 받았으니 우리는 그 사랑을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실천으로 갚아가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성령을 받고 모든 죄의 용서를 받았기 때문에 성령의 선물의 첫 결과는 바로 죄의 용서입니다. 성령의 능력으로 죄를 용서받고 자격도 없던 저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다.”(요한 20,22-23)라고 하셨습니다. 사도들에게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주시는 장면입니다. 이미 우리 죄를 용서 받았고 구원의 길로 초대 받은 우리는,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라는 주님의 기도 구절을 생활에서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성령을 받아 성령의 궁전이 되었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할 수 없습니다.”(1코린 12,3)라고 말합니다. 뒤집어서 말하면 신앙 고백과 사랑의 실천은 성령에 힘입어야 올바르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령을 모신 성령의 궁전의 역할을 잘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내 뜻을 펼치기 위해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따르기를 거부하고 성령의 비추심을 거부한다면, 우리는 성령의 궁전이 아니라 성령을 억압하고 가두는 감옥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자신을 버려야 합니다(마태 16,24 참조). “우리가 자신을 버리면 버릴수록 더욱 성령을 따라 살아가게 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736항 참조) 오늘 성령 강림 대축일을 맞아, 우리 안에 계신 성령께서 우리를 통하여 더 잘 활동하실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더 많이 내어드립시다. 아멘.
교구 총대리 장신호 요한보스코 주교
(2017년 6월 4일 성령 강림 대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