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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은 성모승천대축일입니다. 성모님의 몽소승천(蒙召昇天 : 하느님께서 하늘로 불러올리심) 사건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가운데 특별히 이 시대에 필요한 ‘신앙인의 희망’을 이 축일에 묵상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성모님의 승천사건이 우리에게 특별한 것은, 성모님은 우리와 똑 같은 한 인간이셨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몸소 사람이 되신 예수님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셨지만, 성모님은 예수님과 달리 신성(神性)을 지니신 분이 아님에도 하느님께서 받으시는 것과 같은 영광을 입으셨습니다. 그러기에 성모님의 승천은 같은 인간으로서의 우리에게도 주어질 수 있는 영광이라는 희망을 키워줍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마리아의 노래’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자비로운 약속을 결코 잊지 않으신다’(루카 1,54-55 참조)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성모님은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이기에 복되십니다. 과연 그 믿었던 약속이 이제 승천사건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성모님과 같은 믿음, 같은 희망을 간직한 우리에게 성모승천 사건은 ‘우리의 희망이 헛된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특히나 요즘 현대사회 속에서, 많은 이들이 겪는 다양한 절망(絶望), 곧 희망이 꺾이는 모습들을 기억하게 됩니다. 비록 외적으로는 큰 탈이 없어보이지만 삶의 희망을 잃어 고독사(孤獨死)하는 이들, 경제적으로 보자면 이전에 비해 풍족해졌지만 내적으로 쓰라린 고통과 허무함에 시달리는 이들, 현실의 높은 벽 앞에서 자신의 미래를 두고 체념하거나 마지못해 끌려다니듯 희망을 잃은 모습으로 사는 젊은이들 등 현대의 우리 사회 안에서 암(癌)처럼 퍼져가고 자라나는 절망의 모습들 말입니다.

 

  이런 실망스런 현실 속에서, 절망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기 위해서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기대할 ‘확실한 희망’이 필요한데, 성모님은 그런 현대인들의 모범이시기도 합니다. 성모님께서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기 위해 감내하셨던 수많은 고통과 그 속에서 느꼈을 절망적 체험들을 넘어서는 확실한 희망, 그것이 바로 ‘성모승천’의 메시지인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 자녀들답게 자유를 누리며 기뻐할 수 있도록, 그 자유를 지혜롭게 사용하여 형제자매를 섬길 수 있도록 그리고 이 세상의 갖은 절망적 징표 가운데서도 세상 끝날 완성될 하느님 나라의 희망적 표징으로서 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희망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전구를 더욱 간절히 청하는 하루를 보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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