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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북경이라는 곳에서 우리들의 신앙공동체가 형성된지도 30년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것이 변했을 것입니다. 미사드리는 성당의 외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을 뿐 생활환경도, 공동체에 몸담은 사람들도, 공동체의 규모도, 성당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까지도 바뀌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것, 우리들이 행하는 것은 늘 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이 성당을 드나들며 당신을 찾는 이들과 함께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당신 말씀을 따르고자 하는 이들을 통해서 사람들을 용서하시는 주님이십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각자의 이유와 느낌이 다를지라도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믿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항상 함께 있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인간적으로나 상대적으로 볼때는 더 좋다거나 못하다, 어렵다라고 생각될지언정 사실 이것 조차도 '시간의 한계'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네들의 인간적인 생각에 그치는 듯 합니다. 누구나 그 시절에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거나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지나고 나서 되돌아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시련이고 고통이라고 여겼던 것이 나중에 곱씹어보면 되려 은총이었음을 체험하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사실 이런 '진리'를 알면서도, 하느님의 이름 때문에 모여있는 이들과 늘 함께하시는 주님께서 계시다면, 그 모든 것은 손바닥 뒤집듯이 한순간에 바뀌어 버릴 수 있는 것들임을 우리는 때로 잊어버리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작금의 어려움 가운데서 수많은 걱정과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우리들이 정작 마음을 쓰고 해나가야 할 일은 그저 주님의 이름 안에서 모이고, 그 모임 안에 함께하시는 주님을 찾고, 그분께 의지하는 것입니다. 지난 주에 중국에 있는 모 한인공동체가 한국어 미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사는 북경은 그 시기가 가장 늦을 수 밖에 없겠지만, 서서히 성체성사의 은총을 다시 찾을 수 있는, 언제일지는 알 수 없는 시간에로 우리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때까지 은총과 기쁨을 되찾을 수 있도록 서로를 붙들어주는 공동체적 사랑이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싶습니다. 아울러 서로를 붙들어준다는 것은 목전(目前)의 고달픔 때문에 우리 중의 누군가가 '우리와 함께계신다는 하느님의 약속과 신실하심'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독려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또다시 당신께 온전히 의지하도록 우리를 초대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되새겨봅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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