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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한국에서 본당교우의 요청을 받아 병원을 방문할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연세드신 분들이나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는 분들을 주기적으로 방문하곤 했는데, 한 번은 말기암 선고를 받고 투병중인 환자를 찾아가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환자는 레지오 단원이었던 교우를 통해 '조건부 대세'(혹은 긴급세례)를 받았는데, 정식으로 세례성사와 병자성사를 받고 싶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장기간 항암치료를 받았다는 흔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머리를 빡빡 깎은 채로 누워계시던 그분은, 세례를 받고 나서 이제는 하느님의 자녀로 인정받았고 성체도 모시게 되었다고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이 모습을 통해 ‘하느님으로부터 뽑혔다는 사실은 이렇게 좋은 일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그 사실에 기뻐하지 않던 어느 순간의 제 모습이 뇌리를 스쳐지나갔습니다. 우리 가운데에도 하느님 자녀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기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신앙생활하는 것을 흥미없다거나 부담스럽다, 귀찮다는 등의 이유로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도 적잖이 보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당신 곁으로 부르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비단 사도들만이 아니라 우리가 공경하는 수많은 성인,성녀들은 물론 누가 따로 권유하지 않았음에도 자기 발로 성당을 찾고 예비신자교리를 받아 신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 이르기까지 하느님께서 불러주시고 뽑아주셨다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 누리는 기쁨이 엿보입니다.

  특히나 오늘은 우리 각자가 '하느님께서 뽑아주시고 도구로 써 주실 만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그 자체로 더욱 기쁨을 맛보는 하루를 살아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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