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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대림(待臨)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언급되듯 “사람의 아들의 재림”(마태 24,39)을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다만 대림시기를 시작하는 오늘의 복음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기다려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아무 언급을 하지 않으시고, 다만 언제일지 모르지만 기다려야 하는 ‘그 때’에 대해서만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사람을 만나든, 중요한 약속이나 일을 앞두고 있든, 기다리면서 준비한다고 할 때에도 그 시기(時期)에 따라서 기다림의 모습과 자세가 다를 것입니다.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면 다른 일을 미리 잘 갈무리해 둔다거나 하면서 간간이 중요한 순간을 위한 준비상황을 점검하는 정도의 모습으로 그 때를 기다릴 것입니다. 반면에 그 때가 임박했다면 다른 일을 모두 제쳐두고서라도 오롯이 집중하는 모습으로 중요한 순간을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해나갈 것입니다.

 

  노아의 방주 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오늘 복음의 말씀에서도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마태 24,38) 하는 일상적 생활을 언급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의 다양한 일과 역할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일들을 불필요하다거나 하찮게 여기는 언급은 복음 속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이런 일들에 마음을 쓰면서 살다 보면 ‘사람의 아들을 맞이할’ 중요한 일에만 집중할 수는 없겠죠. 그렇게 우리는 주님을 영접(迎接)할 준비를 갖추며 살아가고자 평소에도 노력하지만, 그 모습은 아직 여유가 있을 때에 다른 일에도 마음을 쓰면서 ‘그 때’를 기다리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의 복음말씀에 비추어 교회가 대림시기를 지내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이제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실 중요한 때가 임박했음을 인지하고 다른 일에 마음을 쓰기보다는 ‘그 때’에 우선적으로 집중하며 살아가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며 우리가 요청받은 다양한 계명과 원칙이 있음을 이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다른 일에 우선 마음을 쓰느라 미처 챙기지 못한 일, 특히나 근래에 소홀했던 계명을 우선시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자세를 갖추고자 노력하는 것이 우리 각자가 이 대림시기를 시작하며 하느님께 드릴 ‘결심의 봉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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