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좋은 일을 이루시기 위해서는 아무런 조건도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저 하느님께서 원하시면 하실 수 있겠지요. 하지만 사람이 그 좋은 일을 통해서 ‘좋으신 하느님’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뜨게 되려면 필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성경의 여러 대목에서 찾아볼 수 있듯, 오늘의 복음말씀에 나오는 치유기적의 이야기에서도 예수님께서는 ‘믿음’을 확인하십니다.
눈 먼 사람 둘이 예수님을 따라오면서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청합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치유를 받고 싶은 이유도, 치유를 받아서 얻은 이익에 대해서도 묻지 않으십니다. 그러고는 단도직입적으로 한 가지 사실만을 물어보십니다 :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너희는 믿느냐?”(마태 9,28)
이 질문을 통해서 우리는 ‘믿음의 내용’ 가운데 한 지점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원하시면 우리가 감히 이루지 못할 일조차도 이루어주실 수 있다는, 그분의 전능(全能)하심에 대한 믿음입니다.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기적이야기에서 기적을 보여주시는 가장 큰 이유는 ‘예수님이 누구이신가, 곧 하느님이시다’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서입니다. 구태여 그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당신의 정체를 드러내시는 목적은 결국 ‘믿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믿음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좋은 일을 하실 수 있도록 협조하는 방법이며, 동시에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좋은 일을 하시는 목적이자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눈먼 이들의 청원을 들어주실 때에도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던 듯 합니다 :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9,29)
주님께서 좋은 일을 이루어 주십사 혹은 자비를 베풀어 주십사 기도할 때에 그 청원 속에서 ‘주님께 청하는 그 일을 통해 저희의 믿음을 더해 주시기를’ 함께 청할 줄 알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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