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월 11일)에 기념하는 성인 가운데 성 요한 23세 교황(재위 1958-1963)이 있습니다. 이 축일이 의무기념일이 아니기 때문에 연중시기 평일로 지낼 수도 있습니다. 성인은 지난 2014년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함께 성인품에 오르신 분인데요. 이탈리아 출신으로 베네치아 교구장으로 있던 1958년에 261대 교황으로 선출되어 불과 5년 남짓한 기간동안 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신 분입니다. 심지어 지금 여러분들의 생활에도 말입니다. 바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를 개최하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미사와 전례를 거행할 때에 모국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부터입니다. 평일에도 미사를 봉헌함으로써 신자들에게 성체를 자주 배령(拜領)할 수 있도록 규정이 생긴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동방교회 - 그리스어 문화권에서 생겨난 전통과 관습을 따르는 가톨릭교회와 정교회(政敎會) - 및 분열된 그리스도교회와의 일치와 화해를 위한 노력도 기울이셨습니다.
교회 안에서 수백 년 동안 70명으로 정원(定員)을 제한했던 규정을 폐지하면서 추기경단의 규모를 늘립니다(현재는 200명이 넘습니다). 이는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미국 등의 주요국가교회 이외에서도 교회의 중심역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전히 귀족적인 모습이 강하게 남아있던 가톨릭 교회의 모습을 개방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상징적 조치입니다. 교회가 순식간에 엄청나게 변화하는 계기를 만드신 분이 바로 성 요한 23세 교황입니다.
그런데 요한 23세 교황이 개인적인 신념이나 역량만으로 교회의 혁신과 변화를 주도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2천 년 가까이 유지되어 온 전통과 관습이 존재하며, 지난 세월 동안 수많은 오류와 이단, 교회의 분열 등을 겪어오면서 교회는 강한 보수(保守) 성향을 지닌 지도자들의 목소리가 크게 작용하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교황의 파격(破格)은 많은 비난과 반대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재위 시절부터 인상좋은 동네 할아버지 같은 성품으로 ‘착하신 교황님’(papa buono)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던 성인이 이런 모든 반대와 우려를 불식시키고 ‘현대 사회에로의 적응’이라는 기치를 내세우며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이끌어내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예수님께서도 손을 씻는 율법의 정결례를 지키지 않는다는 파격(破格)으로 인해 오해와 시비에 직면하십니다. 요한 23세 성인 또한 마찬가지였던 것이죠. 이럴 때에 하느님의 뜻을 올바르게 깨닫고 실천하기 위해, 믿는 바에 대한 확신과 그 믿음을 실천으로 옮겨낼 용기와, 반대와 갈등으로 인한 상처를 감싸안을 수 있는 사랑이 필요합니다. 성인께서는 이 모든 덕(德)을 지니심으로써 그 하는 일에 성령께서 함께하심을 보여주셨던 듯 합니다. 우리도 이 모습을 본받을 수 있어야겠지요.
기회가 닿는다면 성 요한 23세 교황의 생애에 대해서 한 번 찾아보거나 그분에 관한 책을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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