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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신부들이 가끔 하는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저도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 때때로 고민으로 다가오는 것이 있는데요, 그것은 강론하는 것이 힘겹다고 느낄 때입니다.

  결코 자랑거리는 아닙니다만, 10여분의 강론을 준비하면서 (원고를 작성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3-4분만에 강론이 준비가 되는 때가 있습니다. 반면에 어느 때에는 며칠을 두고 머리를 싸매어도 강론 준비가 안 될 때도 있습니다.

  교회의 전통에서는 강론을 ‘복음말씀에 대한 교회의 해설’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복음말씀의 내용이 충분히 이해되지 않거나 마음에 그 메시지가 와 닿지 않는 경우 혹은 우리 공동체나 제 개인적인 상황에서 그 메시지와 부합하는 부분을 발견하기 어려운 등의 이유로 골머리를 앓을 때에는 ‘강론을 안 하면 안 될까?’하는 고민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위에서 언급한 강론 준비의 어려움들을 겪게 되는 것일까요?

사실 더욱 다양한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 보자면 ‘다른 것에 마음을 두고 있어서’인 경우들이 있습니다. 강론을 숙제처럼 해치운다든가, 내 마음과 시선이 무언가 다른 것에 꽂혀 있고 관심을 복음말씀과 공동체의 상황으로 온전히 돌려놓지 못할 때에 주로 위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놀고 싶든, 피곤해서 쉬고 싶든, 공동체 안에서 힘겨움이 있든, 이유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미사를 자주 봉헌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어지간하면 본당 홈페이지에 주 5회씩 강론을 적어서 올리는데, 코로나의 여파로 인해 시작했으면서도 소위 ‘창작의 고통’이 만만찮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요한 15,5)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비유의 말씀에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바는 단 한 가지입니다 : “내 안에 머물러라.”(요한 15,4)

  사실 돌아보면 강론 준비로 어려움을 겪는 일이 평생을 두고 계속해서 생겨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어려움을 겪는 것이 잘못 살았다는 뜻도 아닐 것입니다. 다만 이 강론을 준비하는 시간, 그 책임을 감당하는 과정에서 저는 하느님의 말씀을 좀 더 깊이 되새기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바꿔 말하면, 강론을 수월하게 준비하든 그렇지 않든, 그 시간 자체가 하느님이 아닌 다른 것에 대한 집착과 분심에서 벗어나 신부가 하느님 안에 머무르도록 끌어주고 계시는 손길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미사참례의 의무이든, 기도하는 것이든, 공동체에서 봉사하는 것이든 무엇을 막론하고, 그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당신 안에 머무를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해주시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항상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구원받기 위해 갖추어야 할 필요충분조건은 오직 하나, “그분 안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
    박프란 2021.05.02 07:40
    그분 안에, 내 안에 그분과 함께 하도록 …
    아멘+
  • ?
    클로 2021.05.02 07:59
    머물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아멘.
  • ?
    K.regina 2021.05.02 09:0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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