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5일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마르 6,34-44)

  오늘의 복음말씀은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으로 잘 알려진 내용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왜 그 많은 사람을 먹이는 기적을 일으키셨을까요? 복음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 “예수님께서는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마르 6,34)

  예수님께서 ‘목자 없는 양들 같았던’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셨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사실 구약시대에서부터 판관, 예언자, 임금, 사제 등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 민족에게 목자(牧者)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하느님의 뜻을 올바르게 좇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해 방황하는 듯한 그들을 두고 안타까워 하셨다는 뜻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예수님께서 빵과 물고기를 배불리 먹이시기 이전에 군중을 가엾게 여겨서 행하신 첫 번째 행위는 그들에게 말씀을 가르치신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빵의 기적’은 단순히 허기진 배를 채우는 만족감을 선사한 것이 아니라, 배고픔이나 목마름 등에서 벗어나 풍족함과 안도감을 누리듯 군중들의 처지를 가엾게 여기시는 “예수님의 사랑으로 인해 행복해졌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말씀이 참되다는 것을 몸소 입증해 주어, 믿음을 더해주시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신앙인으로 살다 보면, 하느님을 믿으며 예수님을 따르기는 하는데 정작 내가 구원을 지향하며 바르게 살고 있는지 의구심이나 회의감, 권태감에 사로잡힐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을 찾아 먼 곳까지 따라오는 열성을 보이지만, 예수님의 눈에는 ‘목자 없는 양들 같았던’ 군중들처럼 말입니다.

군중들이 예수님의 사랑으로 인해 잊지 못할 체험을 하고 그로써 더 이상 방황하지 않는 사람들이 될 수 있었다면, 우리 또한 그런 예수님의 사랑에 눈뜨고 살아가지 못하거나 그 사랑을 잊고 있는 것이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더 확신에 찬 모습으로, 기쁘게 영위하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때로 방황하더라도 목자이신 주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셨고, 지금도 함께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