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마태 9,14-15)

  성경에서 예수님과 그 제자들이 단식했다는 언급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을 두고 ‘먹보요 술꾼’(마태 11,19)이라고 빈정댔다는 얘기는 나옵니다. 당시 사람들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단식이라는 전통’을 지키지 않는 예수님의 모습에 실망하는 듯한 눈치를 보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을 회개시키며 하느님의 법을 우리의 마음과 삶 속에 살아있도록 가르치는 분이 예수님이신데, 하느님의 거룩하심을 본받으라는 예수님의 ‘경건함과 의로움을 위한’ 대표적 전통인 단식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단식의 근본적인 의미를 지적하십니다. ‘혼인잔치’의 비유를 빌어, 단식한다는 것이 스스로를 의롭고 열심하다고 인증해주는 행위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우리의 죄 때문에 아파하실 하느님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또한 ‘배고픔이라는 아픔과 어려움을 자주 겪는 이들을 이해하는 것’이 근본정신이라는 것입니다. ‘나를 위한 단식’이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을 위한 단식’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저께 재의 수요일에 금식재(禁食齋)를 지키는 날을 보냈습니다만, 우리도 자신이 단식하는 의무를 지켰는가 하는 사실에만 골몰한다면 단식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망각해 버리는 아쉬움에 젖게 될 것입니다. 금식하는 가운데 계속 ‘배고품’, ‘다음에 챙길 끼니’, ‘먹지 못하고 참아야 하는 것’ 등에만 마음이 머무르지는 않았기를 바랍니다. 이런 오랜만에 가지는 느낌과 생각을 통해 ‘예수님의 십자가의 희생’과 ‘이런 인간적인 생각들을 자주 겪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 공감과 사랑에 생각이 미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기준이 되었을 때에는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지만, 예수님께서 기준이 되었을 때에는 타인이나 하느님의 뜻을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집니다. 단식에서부터 시작하여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기준으로 바라볼 것들이 더 많아지도록 노력하는 사순시기를 보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