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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그저께, 주님수난성지주일에 우리는 주님께서 수난을 겪기 전에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심을 기념했습니다. 성삼일을 이틀 앞둔 이 즈음은 고요함 속에서 긴장감이 흐르는 때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마음이 산란하셨다’(요한 13,21)고 복음은 전합니다. 

 

  오늘 복음은 수난하시기 전날 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성경을 비롯한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밤’(夜)은 죄악의 세력이 활개치는 시간으로 묘사됩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세 명의 인물, 곧 유다와 베드로 그리고 예수님께서 이 밤을 어떻게 보내시는지를 묵상해 봅니다.

 

  먼저 유다에게 이날 밤은 ‘자신이 하려는 일’(13,27) 즉 예수님을 넘겨줄 일에만 골몰한 시간입니다. 이미 죄악의 유혹에 넘어가 버려, 예수님을 배반하기로 작정한 바를 실행하고자 하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의 영혼은 점점 더 짙은 죄악의 어둠 속에 빠져들고 있는 듯 합니다.

  다음으로 베드로에게 있어 이날 밤은 자신이 예수님을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면서 행여나 예수님의 말씀대로 주님을 배반하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밤입니다. 예수님을 걱정하며 자신이 예수님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듯 하지만, 정작 자신이 할 일 혹은 자신에게 일어날 결과에만 골몰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는 제자의 배반, 당신에게 닥칠 고난을 모두 내다보며 마음이 산란한 가운데서도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일이 진행되도록 협조하십니다. 어찌보면 가장 큰 두려움과 공포에 짓눌린 분은 예수님 당신이시지만, 그럼에도 하느님의 뜻을 끝까지 찾는 분은 예수님 뿐이십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있을 때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이날 밤에 이 세 사람 가운데 하느님을 바라본 사람은 누구입니까? 혹여나 우리도 막막하거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때, 혹은 죄악의 유혹에 노출되었을 때에 이 세 사람 중 누구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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