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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어떤 가게에 들어가다가 계산대나 벽면에 십자가가 걸려있는 것을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혹은 처음 만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 손에 묵주반지가 끼워져 있는 경우, 타인의 차량에 탑승하게 되었는데 대쉬보드 앞에 십자가나 묵주가 놓여있는 경우도 있을 법 합니다. 모임에서 식사자리를 갖게 되었는데, 어느 분이 식사전에 성호를 긋는 것을 처음으로 목격하게 될 때도 있을 수 있겠네요. 이럴 때에 ‘이분이 교우시구나’ 하고 짐작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 십자가나 묵주 등을 지니고 계신 분은 어떤 마음으로 그리했을까요? 가톨릭신자로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을 표시하기 위해서일까요? 하느님(혹은 성모님)께서 함께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기억하기 위해서나 혹은 틈틈이 기도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하기를 잊고 지내는 분들도 계실 듯 하네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예수님께서 짊어지신 십자가가 무거운 고통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와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그 무거운 십자가, 더구나 짊어지기 싫기도 하고 짊어질 이유조차 불충분했던 십자가를 기꺼이 지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십자가는 ‘사랑으로 짊어지는 것’입니다.

 

  우리 가까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의 십자가, 우리는 ‘몸에 지니는’ 십자가가 아니라, 자신을 버리고서 십자가를 ‘짊어져야’ 합니다. 십자가가(혹은 묵주) 믿지 않는 어떤 이들의 부적과 같이 몸에 지니거나 가까이에 놓아두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우리의 마음과 생활 중에 짊어지고 걸어갈 수 있는 것일 때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에 동참하는 가운데 부활하여 새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한 십자가의 길을 제대로 걸어가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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