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연중 제7주간 화요일(마르 9,30-37)

  우리는 그저께 주일미사 중, 보편지향기도 중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이렇게 기도하는 마음이란, 연로하신 교황님의 건강이 좋지 못하여, 그분께서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르 9,35)는 오늘 복음의 말씀을 몸소 실천하는 모범을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을 안타까워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경쟁을 통해 생존법의 발전을 이루어내었습니다만 동시에 경쟁적이지 않은 가치를 발전시키기도 했습니다. 희생, 헌신, 나눔 등의 가치입니다. 경쟁을 통해서 드러나는 결실이 꽃과 같다면 나눔과 비움을 통해서 드러나는 것은 뿌리와 같습니다. 이는 인체의 신비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우리의 몸의 다양한 지체(肢體)들은 서로의 우위를 위하여 경쟁하기보다는 나눔과 공생(共生)의 가치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나의 생명을 지켜내고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각자의 능력과 재능을 아무런 조건 없이 나누어 주고 공유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회는 자신을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결합된 신비로운 몸으로 인식하며, 인체의 조화로운 신비 속에서 올바른 교회적 공동체의 표상을 그려내기도 합니다.

  비단 먼 과거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 가까이에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 스스로 고통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족이나 공동체, 소속 조직, 국가 등을 위해 헌신하고 고통을 감내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또한 우리는 이런 이들로 인하여 우리가 속한 사회(社會)가 몸담고 살아갈 만한 곳, 인간미가 살아있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이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관과 신념, 종교적 신앙으로 인한 희생도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희생과 헌신, 나눔 등을 통해 그리스도의 십자가 공로에 동참함으로써 그분께서 누리신 영광도 함께 나누어 받을 것을 희망하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예수님을 따름으로써 얻을 이 영광을 세상에서 얻는 명예와 같은 것으로 생각했던 듯 합니다. 서열을 따지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이를 두고 희생과 헌신, 나눔의 크기만큼 하느님 나라에서 영광을 받을 것임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르 9,35)

  우리 모두가 가치있다 여기는 사랑과 희생, 헌신과 나눔으로 인해 얻어지는 결과에 주목하기보다는, 실천해야 할 그 행위 자체를 얼마나 더 많이, 더 성실하게, 더 성심성의껏 예수님을 닮도록 실행했는지에 가장 큰 관심을 두는 신앙인들이 될 것을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