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로 살아오면서 교우들께서 저더러 불러주는 별명 중에 '네이버', '척척박사' 등의 이름을 들어본 기억이 있습니다. 친한 선후배 신부님들도 '동현이는 모르는 게 없다'고 하면서 어느 선배는 '동현이는 자기가 모르는 게 있다는 것까지도 다 안다'고 농담삼아 놀리기도 했습니다. 지금보다 더 젊은 때에는 비록 깊이는 얕을지언정 여러 가지 상식이 풍부하다는 것이 자랑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만, '쓸데없이 아는 체를 많이 했구나' 싶어 쑥스러워질 때가 더 많아지는 느낌입니다.
사실 두루두루 상식이 풍부한 사람이 되고싶은 생각을 하는 데에는 저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요, 교우들이 신앙생활이나 교회법, 전례, 관습 등에 관하여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에 신부에게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지 않습니까? 그럴 때에 바로 대답해 주지 못하면 궁금증이 사라지고 말 때가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질문을 받았을 그때에 대답을 해 줄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교우들이 종종 궁금해 할 만한 내용이나 이웃들의 삶의 행태를 눈여겨보고서는 기억해두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에 아는 척을 할 일도 많아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럼에도 요즘은 기억력이 예전만 못해지는 때도 있고,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는 데에 둔감해지는 바람에 아쉬움도 있습니다. 기억력이나 지적 능력 등은 완전하지 못하니까요.
지난 주일의 복음에 이어지는 오늘의 복음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
지난 주일에 계명을 실천함에 있어 지향점으로 우리가 '완덕(完德)'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은 완덕에 이른다는 것이 '완전하신 하느님 아버지를 닮는 것'임을 알려주시고, 완전한 사람이 된다는 지경에 대하여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함에 있어서 완전한 사랑을 실천하려면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5,44)는 말씀을 이루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말씀들은 너무 어렵게 들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가 못할 일이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고난받으시고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다는 것도 못할 일이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를 닮아' 완전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용서하는 자세에 대하여 생각해 봅시다.
먼저 십자가에 못박히신 채로도 당신을 조롱하는 이들을 용서하는, 불가능할 것 같은 그 일을 해내신 예수님과 더불어 원수를 용서한다고 여기고 노력합시다. 내 화를 돋구는 사람들에게 감정과 원한을 퍼붓는 대신에 그들을 위해 짤막한 기도를 먼저 바치십시오.
또한 내가 지금보다 더 깊이 사랑해야 할 이들은 없는지, 비록 '원수'는 아니지만 소홀히 대하거나 업신여기거나 사랑할 가치가 없다고 당연시하는 이들은 없는지 돌아봅시다. 그리고 우리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사랑하기에 태만했음을 느낄때, 먼저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십시오. 우리와 함께계시는 예수님의 사랑이 원수마저도 사랑할수 있도록 변화되는 은총을 주실 것입니다. 즉 내 힘만으로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은총에 힘입어 원수를 용서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노력한다 해도 될 리가 없다'는 마음을 버리는 데서 시작됩니다.
기도와 은총 안에서, 하느님을 닮으려는 우리들의 노력이 더 완전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 주간을 잘 살아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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