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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교회의 세례성사 예식 가운데 유아세례(幼兒洗禮) 예식에는 성인(成人)들의 세례 예식에는 없는 한 가지 예식이 추가되어 있는데 이를 ‘에파타’ 예식이라고 합니다. 아직 온전하게 자신의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유아들이 부모와 대부모들의 신앙을 보증으로 하여 세례를 받지만, 차후에 성장하게 되면 스스로 하느님의 말씀을 알아듣고 그 말씀을 전할 수 있도록 귀와 입을 만지며 축복하는 예식입니다.

 

  이렇게 믿음으로 귀가 열리고 입이 풀리는 것은 꼭 어린아이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든 신앙인에게 필요한 은총입니다. 우리에게 말씀을 건네시는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은 채, 자기 뜻대로,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만, 자기 편한 대로 신앙생활을 하고자 한다면 하느님을 알 수도, 제대로 믿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렇게 살면서도 ‘나는 하느님을 굳게 믿는다’고 말한다면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채로 살면서 예수님을 통해 치유받아야 했던 사람과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성경을 통해,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 양심의 울림을 통해, 여러 가지 계명, 자연의 섭리와 이치 등을 통해 우리에게 건네시는 하느님의 말씀에 먼저 귀기울이고 그 뜻을 헤아리고 그 뜻에 맞게 살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대신하여 그들을 예수님께 인도하고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했던 이웃들의 마음이 우리 자신이나 다른 이웃들을 두고서 예수님께 드리는 기도의 내용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은 기도 가운데 특별히 우리 모두가 마음으로부터 예수님께 귀를 활짝 열어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되도록 주님의 손길로 우리를 어루만져 주시기를 청원하여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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