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핏줄로 맺어진 혈연관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따르는 믿음과 실천으로 닮은 꼴이 되는 것, 즉 영적인 관계가 중요하다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예수님의 인척관계는 아무 소용이 없으며, 가족도 필요없다는 말씀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가족을 멀리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예를 들면 ‘나보다 부모와 자식을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루가 14,26)고 하셨고, ‘아버지 장례를 치르는 것이나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보다 나를 먼저 따라라’(루가 9,59-62)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예수님의 이런 요구를 따름으로써 예수님을 중심으로 모인 새로운 가족, 영적인 가족관계를 이루었습니다. 이러한 영적인 가족 공동체가 바로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의 본질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요구, 하느님의 뜻만 따르고 그대로 행하면 이 가족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입니다.
전례적으로 지난 주일로 이동하여 경축하기는 했지만, 오늘은 한국의 103위 순교성인들을 기념하는 대축일입니다. 우리의 신앙선조이신 순교자들께서 핍박받았던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위의 사실입니다. 수백 년 이상을 신분의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양반과 천민이 한자리에 앉아서 서로를 ‘형제’라고 부르는 것이 질서도 없는 몰상식한 행동이라고 오해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핍박 중에서도 서로를 진실로 형제로 여기는 사랑이 있었기에, 그들은 예수님의 뜻을 따라 순교할 수 있었고, 교회는 온갖 시련 속에서도 자라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순교자들의 후손입니다. 순교자들이 영적인 가족 공동체를 이루었던 것처럼, 우리가 모인 이 교회 공동체도 그렇게 가족공동체처럼 따스한 사랑과 서로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주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그분의 뜻을 가장 우선적으로 존중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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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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