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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제가 십여 년 전에 보좌신부로 북경에 있을 때에는 어린아이들과 잘 어울려 놀기도 한 탓인지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그때의 제 모습을 알지 못하는 교우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지금의 제 모습은 밝고 유쾌한 모습과는 사실 거리가 멀거든요. 저 스스로도 과도하게 진지하여 '개그를 던져도 다큐로 받는 사람'이라고 자칭합니다.

  재밌고 유쾌하다고 해서 마냥 웃음기만 가득한 것은 아니겠죠. 어떤 때에는 교육상 필요하다고 여겨서 아이들에게 좀더 엄하게 대하거나, 미사참례 태도등을 두고 혼내거나 꾸중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미사시간에 너무 집중하지 않을 경우에 극약처방을 주겠다고 주의를 주다가, 30분이나 진행된 초등부 어린이미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때도 있었으니까요.

  이렇듯 잔소리와 꾸중, 굳은 얼굴로 아이들을 대하면 분명 불편해하겠죠? 그런데 아이들이 분명 다른 것이 있습니다. 저 신부가 우리를 좋아하는지 혹은 싫어하는지를 잘 알아듣습니다. 대부분의 성인들은 돌변하는 태도에 짐짓 놀라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고 나면 태연한 척 애쓰면서도 상대방에 대해 실망하거나 미운 마음을 가지게 되면 그 마음을 다스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에 반하여 아이들은 그렇게 호된 분위기 속에서 미사를 드리고 나서도 바깥에 나오면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장난치는 것이 어렵지 않기도 합니다. 

 

  초등학생 정도 연령의 어린이들은 확실히 알아 주는 것 같다는 경험을 했습니다. 제가 자기네들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입니다. 비록 말을 좀 안들어서 제가 좀 당황할 때가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자기네들을 미워한다거나 무언가 심사가 뒤틀려서 그렇게 돌변하지는 않는다는 확신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아직도 미사가 끝나고 나면 아이들은 제게 와서 장난도 똑같이 치고, 저는 아이들과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고 간식도 빼앗아먹거나 얻어먹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하늘과 땅의 주님이신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바로 철부지 어린아이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우리를 향한 당신의 무한한 사랑을 알아듣도록 섭리하셨다고 말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다가 겪게 되는 어떤 곤란함이나 어려움이 있어도, 예수님께서 우리를 바로 이 믿음의 생활을 통해 구원으로 인도하신다는 사실을 가슴깊이 새기고 살아가야 합니다. 일상 속에서는 우리가 성숙한 어른이어야 하지만, 적어도 예수님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서만큼은 어린아이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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