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령강림대축일입니다. 세상 창조때부터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하셨고, 사람이 되신 예수님과 함께하셨던 성령(聖靈)께서 이제 우리 사람들 가운데 함께하십니다.
성령(聖靈)을 ‘하느님의 숨결’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숨’ 곧 ‘호흡’은 의식하지 않아도 쉬지않고 이루어지는 운동, 활동입니다. 그 숨쉬기가 편하지 못하면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합니다.
숨을 몰아쉬는 사람은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들숨과 날숨이 고르지 못하면 ‘과호흡(過呼吸)’ 같은 현상을 겪기도 하죠. 단순히 산소를 들이마시고 탄소화합물을 내뱉으며 세포재생, 혈중 산소포화도를 유지하는 것 이상으로 사람이 감정이 격해지면 호흡이 거칠어지기도 하고, 너무 힘겹거나 충격적인 일을 겪으면 숨이 막히고 답답하다고도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호흡이 어려울 만큼 사람에게 위협적인 것이라는 반증인데, 그만큼 ‘숨’은 사람에게 있어 가장 자연스럽고도 안정적으로 ‘살아있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시간이 갈수록 인류는 더욱 다양한 형태의 탐욕을 드러내고, 타인에 대해 무책임하고 쉽게 분노하는 듯 합니다. 여기에 더해 갖은 폭력을 행사하며 스스로와 타인을 파괴하기도 합니다. 인류공동체의 숨결이 거칠어 보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런 인간에게 새롭게 ‘성령’이라는 숨을 불어넣어 주시고 영원한 생명을 주시며 당신과 함께 살아가도록 하십니다. 구약성경에서도 당신을 거부하며 멸망을 재촉하는 당신 백성에게 말씀하셨습니다 : “나 이제 너희에게 숨을 불어넣어 너희가 살아나게 하겠다. 너희에게 영을 넣어 주어 너희를 살게 하겠다.”(에제 37,5-6)
매일, 매순간 성령을 선물로 받아 하느님의 숨결로 영원히 살아가는 우리는 하느님께서 불어넣어 주시는 사랑의 숨, 용서의 숨, 평화의 숨을 쉬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생각할 줄 알고, 서로를 존중할 줄 알며, 서로의 다양함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성령의 기름을 받은 후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을 풀어주고,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풀어 주고 희년을 선포하셨습니다(루카 4,18 참고).
오늘 세례성사를 받을 형제자매들을 위해서도 특별히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세례성사를 통해 우리가 받은 가장 큰 선물과 힘과 위로가 바로 성령이심을 잊지 말고, 우리는 이미 그분의 숨결을 들이마시고 내뿜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도 잘 되새겨 보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