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누구이신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베드로는 똑똑하게 대답합니다 :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루카 9,20)
이 대답을 들으셨을 때, 예수님은 속으로 ‘지금까지의 가르침이 헛되지 않았구나’라고 흐뭇하게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으시고 덧붙여서 가르침을 주십니다. 그것은 당신이 구세주 그리스도라는 사실은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가 사흘만에 다시 살아나는 일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밝히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분위기가 한참 좋은데 갑자기 찬물을 끼얹는 듯도 느껴집니다. 예수님은 왜 이런 가르침을 덧붙이셨을까요?
대부분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메시아를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메시아, 구세주는 고난을 받음으로써 사람들을 구원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다윗왕처럼 강력한 힘을 발휘하여 강력한 이스라엘 왕국의 영광을 되찾게 해줄 정복자나 왕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당신이 십자가에 죽더라도, 당신의 존재를 알아들은 제자들이 당신의 말씀을 이어서 그 사명을 이행할 것을 바라셨습니다. 그 십자가의 희생을 통해, 우리의 참된 구세주께서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이웃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진정으로 세상을 구원하는 올바른 길임을 가르쳐주시고자 하셨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세상에 보내신 구세주의 정체에 대해서 차분하게 가르침을 주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성에서 우리는 다음의 한가지 사실을 배웁니다.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와 타인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것의 보람과 가치를 알아야 합니다. 이웃의 행복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자신의 행복까지도 기꺼운 마음으로 포기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자세입니다.
여러분더러 예수님께서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라고 물으신다면, 여러분은 분명히 대답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바라셨던 그대로, 우리도 타인의 행복과 세상의 구원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포기할 줄 아는 사랑과 희생정신으로 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으로 믿어 고백하는 그리스도께서 몸소 우리의 행복과 구원을 위해 희생하셨고, 지금도 믿는 이들과 성령의 역사를 통해 그렇게 희생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