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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신학생 시절, 같이 신학교에 입학해서 한 반에서 공부하던 어느 형님이 사우나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외출을 할 수 있는 날이면, 다른 사람들은 술자리도 찾아가고, 산에도 가고 했습니다만, 이 형님에게는 학교 가까이에 있는 목욕탕에 가서 사우나를 즐기고 돌아오는 길에 바나나 우유를 하나 사먹는 것이 가장 좋아하는 여가활동이었습니다.

 

  그 형님이 어느날 소금사우나에 들어갔습니다. 소금사우나에 가면 자루같은 곳에 깨끗한 소금이 가득 들어있고, 바닥에는 사람들이 마사지에 사용하고 버린 소금이 쌓여있지 않습니까? 자루에는 희고 깨끗한 소금이 있고, 바닥에 있는 소금은 땟국물이 섞여서 조금은 거무튀튀한 색을 띠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형님이 그날 소금사우나에 처음 간 것이었습니다. 소금을 찾는데, 자루에 든 소금을 못 찾았습니다. 아니, 깨끗한 소금이 따로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쓰고 바닥에 버려둔 소금을 들고 마사지를 한다며 몸에 문질러 대는 것이었습니다. 깨끗하지도 않을 뿐더러 물에 젖어서 덩어리가 진 소금에 온몸이 긁힌 상처로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간 신학생들에게 무식하다고 실컷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에서 소금 이야기가 나옵니다. 소금이 본래의 짠맛을 간직해야 제구실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마사지에 사용하기도 하는 좋은 소금은 본디 희고 입자가 작은 상태가 깨끗한 상태였습니다. 반면에 사용하고 쓸모가 없어져 버려진 소금은 빛깔도 검게 변하고 더러워지며, 물에 젖은 채 덩어리가 져서 마사지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소금이 본래의 모습, 깨끗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을 때 제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를 가리켜 세상의 소금이 되기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을 생각할 때, 우리가 본래의 깨끗한 모습을 보존하는 방법은 무엇이겠습니까? 복음말씀이 일러주는 답은 바로 ‘착한 행실’입니다. 세상 속에서 살며 때가 묻어 순수함을 잃어가고, 때로는 양심을 속이기도 하고,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믿지 않는 사람과 조금도 다를바 없이 살게 되기도 합니다만, 본래의 깨끗한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 즉 “착한 행실”을 통해 회개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깨끗한 소금, 짠맛을 잃지 않는 소금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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