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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어린 시절의 제 어머니는 작고 가냘프지만 한편으로는 아들이 잘못할 때는 호되게 회초리를 치던 분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한창 젊고 혈기왕성할 때에 바라보는 중년의 어머니는 잔소리가 많은 분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가끔 보는 어머니는 이제는 늙고 힘이 없지만, 외국에 사느라 자주 얼굴을 못 보는 아들 걱정을 하시는 분입니다. 나중에 제가 더 나이가 들고 늙어 행여나 어머니를 먼저 하느님께 보내드리게 된다면 어머니의 모습을 어떻게 기억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든 혹은 마음속 애틋한 느낌으로 기억되든 공통된 느낌은 '어머니는 나를 사랑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아버지도요.

  내가 알고 기억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때에 따라 달랐지만, 어머니는 같은 한 분입니다. 어머니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느낌은 다를지라도 어머니가 나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에는 의심이 없습니다. 여러분도 그러하십니까?

 

  기나긴 인류역사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체험했고, 그렇게 체험한 하느님의 모습과 느낌도 가지각색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두고도 다양한 모습과 이름이 존재합니다 : 창조주 하느님, 구원자이신 성자 하느님, 시련과 박해 속에서도 하느님의 자녀로 살도록 우리를 위로하고 도와주시는 성령 하느님...... 

이 모든 하느님의 다른 모습 안에서도 우리는 공통된 한가지를 발견할 수 있으며 성경의 기록은 그 사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시어 구원하고자 하신다.”

 

  오늘은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삼위일체(三位一體)의 신비는 사람들이 체험한 하느님의 모습이 달랐지만, 그 삼위(三位)의 하느님께서 한결같이 하신 일은 우리를 사랑하셨다는 것을 믿는 신앙고백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방법으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모습으로 우리를 사랑하며 구원으로 이끄시는 한결같은 모습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알고, 그 사랑에 의지하여 구원받을 수 있다고 희망을 가집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우리 자녀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녀들이 그 사랑 안에서 행복하고 더 나아가 누군가를 그렇게 사랑으로 길러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듯, 하느님의 변함없는 사랑을 믿는 우리도 서로 사랑함에 있어 변덕과 변절이 없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이 또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믿는다는 신앙고백입니다.

 

  상황이 변하여 어려움이 닥쳐도, 서로의 처지가 달라서 함께하기에 부담이 있어도, 서로의 관계가 그 양상이 달라져 혼란스러울 때에도, 사랑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변함없고자 항상 노력해야 하며, '사랑의 관계'를 이어가리를 포기하지 않으려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행하고자 하며 이렇게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 각자와 공동체 안에서 드러나는 사랑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닮을 수 있도록 오늘도 열심히 그 믿음을 드러내며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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