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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씨앗이 땅에 떨어지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줄기를 올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씨앗은 그냥 가만히 있어서는 안됩니다. 자신이 떨어진 땅에서 수분과 영양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수분과 영양분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씨앗이 해야 하는 일은 바로 “썩는 것”입니다. 본래의 자기 모습을 찾을 수 있는 어느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이 썩어 없어짐으로써 수분과 영양분을 받아들일 자리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무엇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 자리를 비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점에서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힘들어도 같이 살고자 노력합니다. 친구도 사귀고, 결혼도 하고, 여러 가지 이유와 목적 때문에 함께 모여서 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같이 살고 만나면서 다른 이들을 내 좋은 친구, 가족, 동료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때로는 내 안의 욕심을 죽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같이 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밀알의 비유를 들려주신 이유를 오늘의 복음은 맨 끝에 이렇게 말해줍니다 : “당신이 어떻게 죽임을 당하실 것인지를 알려주시는 것”이라고요.

심지어 마음속의 욕심뿐 아니라, 진정 누군가를 사랑하고 더 큰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씨앗의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껍질과 속살 - 심지어는 씨앗의 핵(核)까지 모두 썩어없어져야 하듯 - 그렇게 자기 생명까지도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예수님께서는 몸소 보여주십니다. 마치 한 알의 밀알이 썩어 없어져 그 흔적은 사라지고 없지만 한그루의 훌륭한 나무가 되어 많은 소출을 내는 것처럼, 내 안의 욕심을 버리면서 실행하는 사랑은 참된 친구, 가족, 동료를 얻게 해줄 것이며, 궁극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믿음으로 사랑 때문에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다면 영원한 생명도 얻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사순시기의 막바지를 보내면서, 우리가 행하는 모든 희생이 이 세상에 행복과 구원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썩어없어지는 한알의 밀알이 되도록 다짐합시다. 내가 포기하고 버려야 하는 것에 아쉬움을 두지 말고, 그로 인해 얻게 될 많은 이웃들과 주님께서 주실 영원한 생명과 행복에 눈길을 돌리며 한주간을 보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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