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다는 것에는 ‘검증된 것/확실한 것을 믿는다’와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믿는다’는 두 가지 모습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전자(前者)는 ‘아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후자(後者)가 진짜로 ‘의지적 노력’으로서 믿는 것인 경우에 해당할 것입니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믿음을 가질 수 있으려면 후자의 모습이 필요합니다. 하느님의 신비, 하느님의 능력, 하느님의 지식은 우리가 헤아릴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병환자는 예수님의 함구령(緘口令)을 어깁니다. 복음은 그에 대해 구체적 평가를 하지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예수님께서 외딴 곳에 머물며 더 이상 종전처럼 그 고을에서 드러내놓고 복음을 전하실 수 없었다고 전하며 예수님의 계획이 어긋나게 되었음을 알립니다. 자신의 지성과 능력으로 다 헤아리지 못하는 예수님의 의중이나 예수님을 통해 구원의 은총을 베푸시는 하느님의 계획을 믿으면 ‘나의 기쁨’, ‘나의 생각’, ‘나의 사랑’보다도 그분의 뜻을 더 존중할 수 있어야 할텐데 그러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듯 합니다. 행여나 예수님께 대한 고마움이나 병이 나은 데서 오는 놀라움, 기쁨 등이 크기에 그가 알린 내용이 진실되다 하더라도 이것이 예수님께 대한 보답이 되지 못하는 것은 미처 헤아리지 못한 예수님의 의중과 부탁을 존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그 고을의 더 많은 이들이 예수님을 통해 자신처럼 하느님의 구원하심을 체험할 기회가 달아났다면, 더 많은 이들을 구원하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계획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 부족했기 때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과학과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도 때로는 ‘불확실해 보이는’ 하느님의 신비를 믿고 따르며 받아들이는 데에 인색한 경우가 있습니다. 고마움을 알고, 하느님의 능력과 선하심을 전한다 하더라도, 사실은 그 모습 안에서 참된 믿음은 부족할 수 있다면 ‘나에게 일어난 일’, ‘내가 헤아릴 수 있는’ 만큼만 하느님을 믿는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믿음을 더해주시도록 하느님께 ‘은총으로 주어지는 완전한 믿음’ 곧 신덕(信德)을 구하는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그 마음을 담은 기도, 신덕송(信德頌)의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진리의 근원이시며 그르침이 없으시므로 계시하신 진리를 교회가 가르치는 대로 굳게 믿나이다.” 아멘.
번호 | 제목 | 날짜 |
---|---|---|
258 | 2월 25일 사순 제1주간 목요일(에스 4,17; 마태 7,7-12) 2 | 2021.02.24 |
257 | 2월 24일 사순 제1주간 수요일(루카 11,29-32) 4 | 2021.02.23 |
256 | 2월 23일 사순 제1주간 화요일(마태 6,7-15) 5 | 2021.02.22 |
255 | 2월 21일 사순 제1주일(마르 1,12-15) 2 | 2021.02.20 |
254 | 2월 19일 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마태 9,14-15) 3 | 2021.02.19 |
253 | 2월 18일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루카 9,22-25) | 2021.02.17 |
252 | 2월 17일 재의 수요일(마태 6,1-6.16-18) 2 | 2021.02.16 |
251 | 2월 16일 연중 제6주간 화요일(마르 8,14-21) 3 | 2021.02.16 |
» | 2월 14일 연중 제6주일(마르 1,40-45) 1 | 2021.02.14 |
249 | 2월 12일 설 대축일(루카 12,35-40) 4 | 2021.02.11 |
248 | 2월 10일 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기념일(마르 7,14-23) 3 | 2021.02.09 |
247 | 2월 9일 연중 제5주간 화요일(마르 7,1-13) 1 | 2021.02.08 |
246 | 2월 7일 연중 제5주일(마르 1,29-39) 2 | 2021.02.06 |
245 | 2월 5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마르 6,14-29) 2 | 2021.02.05 |
244 | 2월 4일 연중 제4주간 목요일(마르 6,7-13) 3 | 2021.02.04 |
243 | 2월 3일 연중 제4주간 수요일(마르 6,1-6) 2 | 2021.02.02 |
242 | 2월 2일 주님 봉헌 축일(루카 2,22-40) 1 | 2021.02.01 |
241 | 1월 31일 연중 제4주일(마르 1,21-28) 1 | 2021.01.30 |
240 | 1월 29일 연중 제3주간 금요일(마르 4,26-34) 3 | 2021.01.28 |
239 | 1월 28일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 기념일(마르 4,21-25) 2 | 2021.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