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독서말씀에서 우리는 요한묵시록에 나오는 소위 '천년 왕국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유다인들은 세상의 종말이 오기 전, 마지막 천년동안 사람의 아들이 하늘로부터 내려와 죽은 사람들을 부활시켜 심판한 후에 그분이 다스리는 메시아 왕국이 도래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묵시록에 적혀있는 천년이라는 숫자를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천년이라는 기간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천년이라는 숫자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시간은 불완전한 것을 완전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이며, 이 세상의 구세주 메시아가 정의와 평화로 나라를 세우고 모든 사람을 축복하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구세주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시어 정의와 평화의 나라인 ‘하느님 나라’를 세우시고, 죽었다가 부활하심으로써 세상 모든 사람이 죽더라도 부활함으로써 구원될 것이라는 복음이 전해지도록 하심으로써 천년왕국은 이미 시작되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오늘 독서에서 말하는 천년왕국은 세상의 멸망 전에 따로 정해져있는 천년이 아니라 예수님의 부활에서부터 그분께서 다시 오실때까지의 시간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세상의 종말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 이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일은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긴장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무화과나무의 잎을 보고 여름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알아차리듯이, 종말과 관련된 일, 우리의 눈과 귀를 혼란스럽게 하는 여러 가지 놀라운 일들과 이상한 징후들이 나타날 때에,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회개하라’(루카 21,30-31)고 촉구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적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시어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은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이때야말로 회개의 때입니다. 하느님과 하느님이 아닌 것을 두고 선택할 때에 그 중심을 하느님께로 옮겨가는 것, 그것이 바로 세상의 종말을 의식하면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