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국에 잠시 나가 있다가 북경으로 돌아온 지 한달 남짓 되었습니다. 비록 주일미사를 드리지 못하는 상황은 여전하지만 역시 집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듯 합니다.
북경으로 돌아와 보니 만나는 교우들 가운데 어떤 분은 그래도 신부가 너무 늦지 않게 돌아오게 되어 좋다는 말씀도 하십니다. 어찌보면 코로나 사태 이전의 상황에 비하면 신부가 공동체를 위해 그다지 크게 하는 역할도 없다 할 수 있을 텐데도 말입니다.
지난 한달여간을 지내면서 제 뇌리속에 많이 남아있는 모습은 우리 교우들의 공동체를 향한 사랑이 아닌가 싶습니다 : 공동체의 유지를 걱정하여 자발적으로 교무금과 헌금을 내시는 분들, 미사가 없는 바람에 믿음이 약해지는 것을 걱정하며 교우들끼리 서로 돌보려고 더욱 노력하는 모습들, 주일학교 교리수업이나 어린이들의 첫영성체처럼 어찌 보면 당연하고 으레 해왔던 것이지만 그 기회 자체를 감사히 여기며 준비하는 가족들 등의 모습입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공동체를 걱정하고 사랑하기에 신앙의 보금자리를 지키려는 이 모습들을 바라볼 수 있기 위해 어쩌면 제가 맞춤한 시점에 돌아올 수 있었구나 생각해보면 감사의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오늘은 평신도주일입니다.
교회는 특정인을 위한 집은 아닙니다. ‘우리들의 집’이지요. 이 공동체가 살맛나는 공동체, 사랑이 넘치는 공동체, 믿음으로 충만한 공동체가 된다는 것 또한 우리들 모두의 몫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그런 생기와 사랑, 믿음이 우리 공동체의 구성원들 안에 자리잡고 있음을 엿볼 수 있음이 반갑고, 그런 여러분이 우리 북경공동체의 주인임을 새삼 기억합니다.
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성사의 은총 속에 살아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그간 하느님께로부터나 공동체를 통해 받아왔던 은총의 흔적들이 더 잘 드러나보이는 것 같은데요, 여러분이 받아누렸고 또 믿어 의심치 않는 이 은총의 보배들을 잘 간직하며 더 생기있고, 더 사랑가득하며, 더 신실한 믿음을 지닌 공동체를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북경공동체의 진정한 주인인 모든 교우 여러분, 오늘도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