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세례를 받으면서 새로운 이름을 갖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요셉'이라는 세례명이 있습니다. 이 '요셉'이라는 이름의 본래 주인은 성인(聖人)입니다. 우리는 왜 이 이름을 갖습니까? 또 오랜 교회의 관습에서는 세례명을 ‘본명(本名)’ 곧 '진짜 이름'이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성인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천여년 교회 역사 안에서 성인으로 인정받은 분이 수천명 정도인데, 성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절차가 복잡합니다. 순교자를 제외하고는 기적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에 대한 엄격한 심사가 수차례 뒤따릅니다. 성인의 일생을 통해 하느님의 은총이 드러나야 하며, 그에 따른 별도의 교회법정(敎會法庭)이 생겨 수많은 자료와 증언을 심사한 끝에 교황청의 최종승인을 받으면 성인품에 올립니다. 한마디로 성인이 된다는 것은 매우 특별하고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성인들은 하느님 보시기에나 사람들이 보기에 의롭고 거룩한 이들, ‘하느님을 닮은’ 사람들이었지만, 그 양상은 다양했습니다. 골방에 틀어박혀 기도하면서 극기,희생하고 살기만 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태어날 때부터 하느님의 은총을 얻는 데 있어 소위 '금수저'이기만 했던 사람들만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목자로서 사람들을 돌보고 하느님께 인도한 사람, 하느님을 알리기 위해 연구한 학자들, 자기 일신만을 돌보지 않고 주위의 사람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본 자선가들, 세상을 위해 오직 기도하기에만 전념한 이들, 심지어 이 모든 능력이 없지만 목숨으로 신앙을 증거한 이들 - 몸으로 때운 사람들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오늘날에도 존재하고, 우리 가운데에도 있습니다.
오늘은 '모든 성인 대축일'입니다. 예수님 시대 이전의 성조(聖祖)들에서부터 교회가 미처 알아내지 못했으나 이미 하느님나라의 영광을 누리고 계실 이름모를 분들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의 교회에서 따로 공경받지 못할지라도 하느님께로부터는 '하느님을 쏙 빼어닮았음을' 인정받은 분들을 기리는 날입니다.
따로 이름모를 모든 성인들의 축일을 지내는 교회의 전통을 통해, 까다로운 심사절차를 통과해 공적으로 영광을 받으시는 몇 안되는 성인들만이 아니라, 우리도 그렇게 믿음 안에서 올바로 살아 하느님 나라의 영광을 온전히 누리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기억하게 됩니다. 우리라고 못하라는 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성인들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가진 우리 모두도 그 이름처럼 '성인'이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본당 공동체의 모든 이가, 이 세상의 모든 이가 성인이 되는 그날까지 하느님의 은총을 구하며 더욱더 '거룩하게 살아보고자' 노력하여 우리가 가진 '성인들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