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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요즘 제법 추워졌습니다. 북경에 와서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한국과는 다른 날씨의 특징에 익숙해지고, 날씨의 변화를 좀 더 쉽게 가려낼 수 있습니다. 바람이 거세게 불면 ‘아, 이제 공기가 좀 맑아지겠구나’ 하거나 ‘내일은 기온이 더 떨어지겠구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이는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날씨와 같은 ‘하늘의 징조’(12,56)는 예측하고 알아차리면서도 정작 자신의 구원과 관련된 ‘시대의 징’를 깨닫지 못하고 엉뚱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십니다.

 

  시대의 징가 무엇입니까?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시는 말씀과 그분이 보여주시는 행적입니다. 그 말씀과 행적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은 바로 ‘하느님 나라’가 이미 이 땅에 왔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사에만 몰두하여 이 표징을 읽지 못하기 때문에 경고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고소당할 일이 있는 불리한 입장이면 서둘러 화해하라고 합니다. 그것이 다른 무엇보다 더욱 시급하고 중요한 일임에도 그렇지 않은 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지요. 이것은 우리가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감하고 하느님 앞에 서게 되는 날, 우리는 피고로서 하느님을 마주 대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현명한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아직 시간이 있고 여유가 있다고 생각될 때에, 어서 하느님과 화해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간절히 이르시는 말씀, 그것은 하느님과 화해하고 이웃과 화해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루어 둘 수 없는 급박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실행에 옮기라는 말씀입니다.

 

  교회에서는 고해성사를 ‘화해의 성사’라고 가르칩니다. 고해소는 사제에게 잘못을 고하고 꾸중을 듣는 장소가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데에 충실하지 못한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하느님으로부터 몸과 마음이 멀어졌던 생활을 후회하면서, 다시 하느님과 화해하는 곳입니다. 지금은 비록 고해성사의 기회를 가지는 것조차 편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우리는 고해성사를 통해서 우리와 화해하시고자 먼저 기다리시는 하느님을 만나고, 이웃과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려고 노력함으로써 하느님 나라의 징표를 읽을 줄 아는 현명한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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